필리핀 마닐라에 설치된 질식한 고래 모형.[그린피스 제공]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뱃속에서 인간의 흔적이 ‘수두룩’”
세상에서 가장 큰 포유류로, ‘바다의 신비’라고도 불리는 고래.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특징이 있다.
바로 인간 활동에 따른 피해가 가장 극심한 동물 중 하나라는 것. 다량의 해양쓰레기 섭취로 인한 죽음이 대표적인 예다.
물론 이뿐만 아니다. 고속 선박에 의한 충돌, 오염수로 인한 질병 발생 등 고래의 피해는 끊임없다.
심지어 해안가에 떠밀려 내려와 죽음을 맞은 고래의 사인 60% 이상이 ‘인간’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선박에 치여 죽은 고래.[savecoastalwildlife 홈페이지 갈무리] |
하와이 대학교 마노아 캠퍼스 연구진은 2006년부터 2025년까지 약 20년간 발생한 20종의 고래 좌초 사례 272건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고래의 사체를 부검한 결과를 모아, 인간 활동이 고래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조사에 따르면 좌초된 고래의 65% 이상에서 인간에 의한 상처와 질병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래는 육상에서의 인간 활동으로부터 초래된 병원균부터 고속 선박에 의한 충돌. 플라스틱 쓰레기 섭취까지 다양한 요인에 의해 건강상 악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안에 좌초된 고래 뱃속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됐다.[REUTERS] |
우선 좌초된 고래 중 29%에서 인간에 의한 외상이 발견됐다. 대부분은 선박 충돌에 의한 것. 생명에 직결되는 척추 및 머리뼈 골절을 입은 고래만 해도 7마리에 달했다. 이외에도 프로펠러로 인한 절단, 외상에 의한 패혈증 등의 증거가 다수 발견됐다.
아울러 그물에 얽혀 목숨을 잃는 고래도 적지 않다. 이런 식으로 선박에 의해 목숨을 잃는 고래만 매년 2만마리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도 나온다. 고래가 선박을 피할 곳이 없기 때문. 워싱턴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선박 항로는 멸종위기에 놓인 고래의 이동 범위 중 91.5%와 겹친다.
선박에 치여 죽은 고래.[savecoastalwildlife 홈페이지 갈무리] |
사실상 선박 항로와 고래의 이동경로가 겹치면서, 대부분의 고래가 선박 충돌의 피해에 노출돼 있는 셈. 하지만 전 세계 충돌 고위험 지역에서 7% 정도 만이 선박 충돌로부터 고래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에서는 플라스틱 어업 폐기물이 위를 막아 죽은 향유고래도 발견됐다. 고래는 바닷물을 한꺼번에 들이마신 뒤, 크릴새우 등 작은 물고기를 걸러 먹는다. 그 과정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등은 먹이와 함께 고래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해안가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게티이미지뱅크] |
플라스틱 쓰레기는 고래의 몸속에 쌓이고, 소화되지 않는다. 결국 장을 막고 부작용을 일으켜 사망에 다다르게 한다. 실제 해안가에 좌초된 고래의 배 속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실제 지난 2023년 하와이 해변에서 발견된 54 무게의 향유고래 사체에서, 플라스틱 쓰레기와 그물 등이 가득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직전 해에도 캐나다에서 발견된 향유고래의 배 속에서 약 150kg 무게의 해양 쓰레기가 쏟아져 나온 사례가 있었다.
그물에 걸린 바키타 돌고래.[Save the Whales 홈페이지 갈무리] |
심지어 인간 활동에서부터 비롯된 감염성 병원체도 고래의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있었다. 연구에 포함된 20종의 고래 중 11종에서 홍역바이러스, 브루셀라균 등 뇌와 폐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병원체가 발견됐다.
해당 감염성 병원체의 숙주는 육상 동물이다. 인간이나 가축, 반려동물에서 발생한다. 육상에서 온전히 처리되지 않은 축산·농업 폐수 등 더러운 물이 바다로 유입되면서, 고래에서도 관련 병원체가 발견된 것이다.
울산 앞바다 고래들의 활기찬 모습.[헤럴드DB] |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톡소플라스마증으로 인해 폐사한 개체도 발견됐다. 이는 고양이가 유일한 숙주로, 배설물을 통해 환경 전체로 퍼지는 기생충 질환이다. 인간 개입 없이는 해양 포유류 감염을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한편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전 세계 고래류의 35~40%는 멸종 위험 단계에 속해 있다. 대대적으로 상업 포경이 중단된 이후 일부 고래 종과 개체군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선박 충돌과 어업 활동 등은 여전히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구, 뭐래?]가 새로운 기후·환경 소식을 가득 담은 뉴스레터로 발행됩니다.
기사로 다루지 못한 기후·환경 소식 및 각종 이벤트 및 생활정보까지 가득 담길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아래 링크를 주소창에 복사+붙여넣기 해주세요↓↓
https://speakingearth.stibe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