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에 전례없는 사례다. 2일(한국시간) 영국 공영방송 ‘BBC’를 포함한 가봉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가봉 정부는 모로코에서 열린 2025 AFCON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직후 심플리스-데지레 맘불라 체육부 장관의 성명을 통해 국가대표팀 해체를 공식화했다.
이번 조치는 가봉 축구가 겪고 있는 총체적 난국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가봉은 이번 대회 F조에서 카메룬, 모잠비크, 코트디부아르와 한 조에 속해 경쟁했으나, 한 경기도 이기지 못했다.조별리그 3전 전패, 조 최하위로 짐을 쌌다.
이미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에서 탈락하며 본선 진출이 좌절된 상태에서, 명예 회복을 노렸던 네이션스컵마저 처참하게 무너지자 정부 차원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맘불라 장관은 국영 방송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국가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수치스러운 경기력"이라고 대표팀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제5공화국이 강조해 온 팀워크와 모범성, 애국심의 가치가 이번 대회에서 완전히 훼손되었다"고 지적하며, 티에리 무유마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전원을 즉각 해임하고 국가대표팀 활동을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무기한 정지한다고 선언했다.
이례적인 정부 차원의 결정에 베테랑 선수도 퇴출됐다. 맘불라 장관은 대표팀 활동 중단과 함께 오바메양, 베테랑 수비수 브루노 에쿠엘레 망가를 대표팀에서 영구 배제한다고 발표했다. 오바메양은 도르트문트, 아스널, 바르셀로나, 첼시 등 유럽 빅클럽을 거치며 세계적인 공격수로 명성을 떨쳤고, 가봉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A매치 40골을 터뜨린 역대 최다 득점자다. 가봉 축구 그 자체로 불리던 영웅이 하루아침에 국가의 적으로 낙인찍혀 쫓겨나는 신세가 된 것이다.
오바메양의 퇴출 배경에는 이번 대회 기간 중 불거진 '태도 논란'이 자리 잡고 있다. 오바메양은 대회 개막 전부터 허벅지 통증을 호소했고,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적인 상황이 되자 치료를 이유로 소속팀인 올랭피크 마르세유로 조기 복귀했다.
조별리그 최종전에는 뛰지 않았던 것. 무유마 감독은 "우리는 국가를 대표해 대회에 참가한 것이지, 휴양이나 회복 캠프에 온 것이 아니다. FIFA A매치 기간 동안 선수는 온전히 국가대표팀에 헌신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주장인 오바메양이 팀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 않고 소속팀으로 돌아간 행위는 정부와 팬들에게 '애국심 결여'로 비친 것이다.
부앙가는 대회 전 인터뷰에서 "가봉 유니폼을 입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영광이며, 클럽만큼 국가도 중요하다"며 남다른 애국심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일방적인 대표팀 운영 중단 조치로 인해 부앙가를 포함한 모든 선수가 강제로 대표팀 유니폼을 반납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개인의 의지나 기량과 무관하게, 국가대표로서의 커리어가 중단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문제는 가봉 정부의 이번 결정이 국제 축구계에서 용납되기 힘든 '정부의 개입'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정관을 통해 각국 축구협회의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있으며, 정부나 제3자의 부당한 간섭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정부가 대표팀 감독을 해임하고 선수 선발에 관여하며 팀 자체를 해체하는 행위는 FIFA가 가장 경계하는 징계 사유 중 하나다. 만약 FIFA가 이번 사태를 정부의 명백한 축구 행정 개입으로 판단할 경우, 가봉 축구협회는 자격 정지 처분을 받게 되며, 이는 향후 모든 국제대회 출전 금지와 재정 지원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나이지리아, 카메룬 등 아프리카 국가들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정부가 개입했다가 FIFA의 철퇴를 맞고 징계를 받은 사례가 꽤 있다.
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맘불라 장관의 성명 발표 영상이 몇 시간 뒤 체육부 공식 채널과 국영방송 디지털 플랫폼에서 삭제되는 일이 발생했다. '가봉리뷰' 등 현지 언론은 "정부의 제재가 법적 효력을 가지려면 공식 결정문이나 행정 명령 등 문서화된 절차가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공식 문서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가봉 정부 내부에서도 이번 조치의 파급력과 FIFA 징계 가능성을 우려해 급히 수습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발표가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충격 요법'이거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성급한 발표였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미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이 해당 사태를 보도한 이상 FIFA 징계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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