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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득, 마음 담고 마음 감싸는 보자기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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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득, 마음 담고 마음 감싸는 보자기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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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보자기가 한가득이다. 추석 때 엄마가 한과를 싸서 주신 보자기가 또 하나 생겼다. 옷장 안 보자기에는 아이들의 어릴 적 웃음이 담긴 앨범과 한복이 담겨 있다. 자꾸만 늘어나는 보자기들을 보며, 이 새로 생긴 노란 천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다. 종이 가방처럼 쉽게 버리자니, 손끝에 감도는 매끈하고 부들부들한 느낌에 왠지 아깝다.



찹쌀, 참기름, 고춧가루 그리고 뜰 앞의 단감까지 바리바리 싸서 딸에게 전하던 노란 보자기는 만든 이의 정성과 담아 보낸 이의 마음이 담긴 그릇이다.



그림 속 노랗게 봉긋이 묶인 보자기는 뜨거운 햇살이 바람이 되어 기다리는 듯하다. 매듭을 풀면 따뜻한 기억이 터져 나올 것 같다. 단감이 굴러다니는 마루에 앉아 보따리를 머리에 괴어 보는 상상을 한다. 엄마의 무릎을 베고 누운 듯 포근하다. 보자기는 그리움을 전하고, 외로움과 두려움을 감싸주고 덮어준다.



우리 집 발코니에는 선풍기가 쉬고 있다. 얼굴은 이미 노란 보자기가 다정하게 감싸고 있다. 새로 생긴 보자기에 아직 덮이지 않은 드러난 다리를 조심스레 담아본다. 선풍기는 시간이 흘러 오고야 말 뜨거운 여름을 조용히 기다린다.



이민정 한국학교사서협회 사무국장·의정부 청룡초등학교 사서



보자기 한 장 l 정하섭 글, 정인성·천복주 그림, 우주나무(2023)

보자기 한 장 l 정하섭 글, 정인성·천복주 그림, 우주나무(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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