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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안 부딪혀도 '뺑소니'···놀라 넘어진 행인 두고 간 운전자 '벌금 300만원'

서울경제 임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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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안 부딪혀도 '뺑소니'···놀라 넘어진 행인 두고 간 운전자 '벌금 3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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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정지한 차량에 놀라 넘어져 다친 사람을 별다른 조치 없이 두고 떠난 운전자에게 뺑소니 혐의로 벌금형이 선고됐다. 차량과의 물리적 접촉이 없더라도 운전 행위로 사고가 발생했고 필요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도주치상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다.

울산지방법원 형사5단독 조국인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지난해 31일 밝혔다.

A씨는 2024년 8월 오후 울산 동구의 한 도로에서 차량을 운전하던 중 공유 전동 킥보드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B씨를 다치게 하고도 현장을 떠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제한속도를 초과해 운전하던 중 적색 신호임에도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하지 않고 우회전을 시도했다. 뒤늦게 B씨를 발견한 A씨는 급하게 차량을 멈춰 섰고 이 과정에서 A씨 차량에 놀란 B씨는 킥보드에서 중심을 잃고 바닥에 넘어져 얼굴에 상처를 입었다. 차량과의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다.

사고 직후 A씨는 차에서 내려 B씨의 얼굴을 물티슈로 닦아주는 등 간단한 조치를 했으나 스스로 큰 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연락처 교환이나 병원 이송 없이 현장을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B씨는 이후 병원에서 늑골 골절 등 전치 4주의 진단을 받았고 A씨는 뺑소니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B씨가 킥보드를 타고 빠른 속도로 노면이 불규칙한 횡단보도를 건너다 스스로 넘어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과속 상태에서 정지 신호를 지키지 않았고 B씨를 뒤늦게 발견해 급정지한 운전 행위가 사고의 주요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또 사고 직후 B씨가 병원 이송이나 치료가 필요 없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았더라도 운전자가 임의로 ‘괜찮다’고 판단해 현장을 떠난 것은 필요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죄책이 가볍지 않은데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면서도 “피해자에게도 사고 발생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점과 보험으로 피해가 보상될 것으로 보이는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임혜린 기자 hihilin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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