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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잠수함 60조 사업, 판이 바뀌는 순간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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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잠수함 60조 사업, 판이 바뀌는 순간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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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K방산의 핵심 이슈는 캐나다 잠수함 수출 여부다.”

최근 기자와 만난 방산업계 관계자는 2026년 K방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캐나다 해상 순찰 잠수함 사업(CPSP)을 꼽았다.

캐나다 해군 빅토리아급 잠수함이 수면 위로 부상해 있다. 캐나다 국방부 제공

캐나다 해군 빅토리아급 잠수함이 수면 위로 부상해 있다. 캐나다 국방부 제공


CSPS를 놓치면 최근 수년간 성장과 확장을 지속했던 K방산의 기세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캐나다 정부는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TKMS)와 한국 한화오션을 CPSP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사업 규모가 최대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CSPS의 최종 승자는 올해 안에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폴란드 잠수함 사업에서 스웨덴에 밀렸던 한국이 CSPS를 수주한다면, 고부가가치 전투함 수요가 많은 선진국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다시 얻게 된다. K방산도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독일 측이 CSPS와 관련,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존 수주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독일 해군 212A급 잠수함이 부상한 채 머물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독일 해군 212A급 잠수함이 부상한 채 머물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독일, 정부 차원 패키지 전략 접근

독일 측은 노르웨이와의 합작 프로그램에 기반한 최신 디젤 잠수함인 212CD를 캐나다에 제안하고 있다.


212CD는 공기불요추진장치(AIP)와 리튬 배터리 등의 최신 기술을 갖췄다. 캐나다와 독일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동맹 간 상호운용성도 강점으로 평가된다.

독일 측은 이같은 기술적 특성에 더해 CSPS를 일반적인 무기 판매가 아닌 국가간 전략적 협력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다. 캐나다와의 안보·산업 협력 구조까지 고려하는 모양새다.

독일 해군은 지난해 11월 록히드마틴 캐나다가 만든 통합 전투관리 시스템인 CMS 330을 10억 캐나다 달러(1조원)에 정부간 계약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독일산 전투체계를 주로 썼던 독일 해군이 대서양 너머 캐나다 제품을 구매한 것은 파격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독일과 노르웨이가 개발한 212CD 잠수함 모형. 게티이미지

독일과 노르웨이가 개발한 212CD 잠수함 모형. 게티이미지


독일은 새로운 옵션도 제시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장관은 지난해 10월 CSPS 관련 논의 과정에서 잠수함 공동건조와 물류 지원, 성능개량을 포함한 40∼50년에 걸친 장기적 협력 가능성을 제시했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캐나다 봄바디어가 제작한 글로벌 비즈니스 제트기 18대 구매 의향도 밝혔다. 해당 제트기는 VIP 수송기 및 전자전기 등으로 쓰일 전망이다. 우주와 광물, 에너지 협력 등도 거론했다.

독일의 움직임은 잠수함 판매·운용과 캐나다와의 전략적 관계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독일의 CMS 330 구매는 독일군 무기체계와 후속군수지원 시스템, 독일 방위산업 생태계에 캐나다 방위산업계를 합류시키는 의미가 있다.

캐나다 해군 헬리팩스급 호위함과 해안경비대 초계함에서 쓰는 CMS 330을 독일 해군도 채택함으로써 양국 군대의 상호운용성, 방위산업계의 교류·협력도 한층 강화되는 셈이다.

우주 협력도 마찬가지다. 캐나다 해군의 핵심 작전 지역은 북극이다. 북극해에서 오랜 시간 작전을 펼쳐야 하는 캐나다의 잠수함이 본토의 사령부와 긴밀하게 통신을 유지하려면, 위성통신 및 항법이 필수다.

캐나다 해군 헬리팩스급 호위함이 독일 해군 보급함과 함께 해상급유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캐나다 해군 헬리팩스급 호위함이 독일 해군 보급함과 함께 해상급유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구 온난화로 북극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광대한 북극해를 정밀감시할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위성에 의한 해양감시도 필요하다.

독일 측의 우주 협력은 이같은 부분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독일은 잠수함 납품을 넘어서 수십년 동안 지속될 전략적 차원의 협력 모델을 제시하는 셈이다.

캐나다가 유럽연합(EU)의 방위 공동조달 프로그램인 세이프(SAFE) 참여를 결정한 것도 독일을 비롯한 유럽 방산업계의 캐나다 진출에 힘을 실어준다는 평가다.

1500억 유로(약 255조원)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인 세이프는 무기를 공동구매하는 회원국에서 저금리로 대출을 지원한다.

EU와 안보 파트너십을 맺은 제3국은 직접 대출은 어렵지만 무기 조달에는 참여가 가능하다.

독일 측으로선 세이프를 활용해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양국간 방위산업 공급망 연계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캐나다 정부에 강조할 수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에 맞서 외교·안보·산업 분야 다변화를 꾀하는 캐나다 정부에 또다른 옵션을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 212CD 잠수함 제작사인 TKMS 차원에선 제공할 수 없는 옵션이다.

캐나다 해군 빅토리아급 잠수함이 수리를 위해 지상에서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캐나다 해군 빅토리아급 잠수함이 수리를 위해 지상에서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 포괄적 전략 필요

세이프가 CSPS 수주 여부에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CSPS는 캐나다 정부가 추진하는 단독 프로그램으로서 유럽 국가와 잠수함을 공동개발 또는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

캐나다 해군의 노후화한 잠수함을 신속하고 검증된 방식으로 대체하는 것에 집중하면, 한국도 승산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캐나다 해군은 1990년대 말에 도입한 빅토리아급 재래식 추진 잠수함 네 척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해군 장보고-Ⅲ 잠수함인 안무함이 수상항해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 해군 장보고-Ⅲ 잠수함인 안무함이 수상항해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영국 해군이 1980년대 소련 해군 잠수함 침투를 막고자 건조한 업홀더급 재래식 추진 잠수함을 중고로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가동률 저하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한국 해군이 3척이 배치되어 있는 도산안창호급(3000t급) 잠수함은 대형 선체에 기반한 장거리 항속능력과 공기불요추진장치(AIP)·리튬이온 배터리를 갖추고 있다.

도산안창호급(3000t급) 잠수함이 한국 해군에서 운용중이라 기술적 검증도 용이하다. 리스크가 적은 제안을 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경쟁력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신속한 건조도 가능하다.

검증된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리스크가 있는 미래 첨단 기술은 향후에 채택할 수 있는 옵션으로 제시하면, 초도함 설계 리스크를 낮춰 인도 지연 위험을 축소하고 신뢰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는 2030년대 캐나다 해군의 잠수함 전력 공백 위험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2024년 4월 24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이순신방위산업전(YIDEX)에서 관계자가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을 소개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024년 4월 24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이순신방위산업전(YIDEX)에서 관계자가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을 소개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특히 잠수함을 실제로 사용할 캐나다 해군이나 정부 실무자 및 전문가 등 잠수함 전력 공백의 문제와 파장을 잘 아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제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무기 구매 프로그램의 경우 군사·기술·재정적 관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제안서가 반드시 채택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정치·안보 등의 분야에서 발생하는 변수 때문이다.

캐나다가 미국산 CF-18 전투기를 F-35 스텔스기로 대체하려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캐나다 정부는 2010년 F-35 도입 의사를 밝혔지만, 정치권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결정이 미뤄졌다.

지난 2025년 10월 21일 장보고-Ⅲ 배치Ⅱ 1번 함인 장영실함이 진수식을 앞두고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공개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난 2025년 10월 21일 장보고-Ⅲ 배치Ⅱ 1번 함인 장영실함이 진수식을 앞두고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공개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024년에 결정이 이뤄졌지만, 지난해 마크 카니 행정부 출범 직후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격화되면서 사업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강해졌다. 결국 카니 총리가 F-35 사업이 캐나다에 최선의 투자인지 재평가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최대 60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CSPS도 정치적 요인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독일 또는 한국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기술적 요인만으로는 충족하기가 어렵다.

캐나다는 미국과의 무역 분쟁외에도 북극 안보 문제를 안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 접근성이 향상되면서 북극에서의 경제적 이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북극에는 막대한 양의 화석 연료와 광물이 매장되어 있다. 캐나다 북부의 상업 활동, 개발, 관광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는 인력과 물동량 증가로 이어지며, 새로운 안보 위협이 발생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캐나다로선 광대한 북극을 지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화오션에서 제안하는 수출용 잠수함 모형.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화오션에서 제안하는 수출용 잠수함 모형. 세계일보 자료사진


나토의 틀 안에서 정치·안보 협력을 지속해온 독일은 노르웨이와 함께 캐나다의 안보 문제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북극 특성에 익숙하며, 212CD 잠수함 공동 개발 파트너다.

독일과 노르웨이, 캐나다는 2024년 북대서양과 북극의 해저 주요 인프라 보호 및 대잠수함 작전 능력을 강화하는 해양 안보 협력 체계를 만들었다. 올해는 덴마크가 합류했다.

전투체계 구매 등을 통한 상호 이익 보장 카드를 추가한 독일은 핵심 광물과 에너지 등의 산업 분야에서도 연계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이 수주에 성공하려면 북극 안보와 산업적 이익을 앞세운 독일을 넘어설 수 있는 산업·외교안보 패키지 전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캐나다를 상대로 새로운 제안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매우 짧은 상황에서 정부와 관련 업계가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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