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신년사
"1400원대 후반의 환율, 우리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 커"
환율 상승 단기 수급 요인 지적하면서 국민연금 언급
"해외투자·환헤지 전략 드러나 환율절하 기대 쏠려"
"1400원대 후반의 환율, 우리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 커"
환율 상승 단기 수급 요인 지적하면서 국민연금 언급
"해외투자·환헤지 전략 드러나 환율절하 기대 쏠려"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최근 1400원대 후반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 수준은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펀더멘털)에 비해 너무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원화 가치 절하로 쏠려 있는 수급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외환시장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조차 국민연금은 달러를 정해진 계획에 따라 기계적으로 매입하고 외환당국은 환율을 관리하기 위해 달러를 매도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작년 10월 이후 달러화 움직임보다 원화 절하 폭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은, 지속적으로 늘어난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가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초래해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에 큰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 한국은행) |
이창용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외환시장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조차 국민연금은 달러를 정해진 계획에 따라 기계적으로 매입하고 외환당국은 환율을 관리하기 위해 달러를 매도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작년 10월 이후 달러화 움직임보다 원화 절하 폭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은, 지속적으로 늘어난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가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초래해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에 큰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3년 간 원화 평가절하 추이를 돌아봤을 때 국민연금이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가 국민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장기 수익률 보호와 함께 재검토해야 한다는 게 이 총재의 판단이다. 그는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규모와 시기, 환 헤지(위험 분산) 전략 등이 시장에 너무 투명하게 드러나면서 환율 하락 기대가 한 방향으로 쏠려 국내외 다른 경제 주체들의 투자 향방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졌다”고 짚었다.
아울러 “환율이 높아진 배경에는 한미 간 성장률 및 금리 격차,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어 이를 개선하려면 중장기적으로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와 자본시장 제도 개선을 통한 투자유인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가 순대외채권국인만큼 환율이 높다고 해서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 상황에 처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고환율이 물가를 자극하고 내수기업에 고통을 주면서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 여건 측면에서는 △미국 내 사법적·정치적 변수의 전개에 따른 통상환경 불확실성 재확대 △주요국 통화정책 차별화로 인한 시장 변동성 확대 △주요국 재정 건전성 악화와 국채 금리 상승 가능성 등을 위험 요소로 언급했다.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의 큰 변수로 언급되고 있는 인공지능(AI) 거품론과 관련해서는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AI 산업 생태계의 기반이 되는 반도체 생산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글로벌 AI 기업의 패권 경쟁 향방과 관계없이 비교적 높은 회복력을 유지할 것 같다”면서도 “국내 투자자들의 글로벌 AI 기업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도)가 크게 확대된 만큼, 미국 주식시장의 급격한 조정 가능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했다.
올해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성장 경로의 상하방 위험을 비롯해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다양한 경제 지표를 자세히 점검하면서 정교하게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시장과의 적극적인 소통 과정에서 “오해와 비판을 감수해야 할 순간이 있겠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의 선택을 하겠다”며 “시장 기대에 후행함으로써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려 하지 말고, 정책 여건이 변화할 때 그에 따른 통화정책 방향성을 적시에 설명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중요한 책임”이라고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