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물가 상승으로 인한 반정부 시위가 나흘째 이어지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대학생 등 젊은 세대인 MZ들이 대거 가세하면서, 지난 2022년 ‘히잡 시위’ 이후 최대 규모로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시작된 시위가 이스파한, 시라즈 등 전국 주요 도시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번 시위의 주된 원인은 이란 화폐인 리알화 가치의 폭락이다. 최근 이란 환율은 1달러당 142만 리알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2015년 달러당 3만 2000리알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10년 만에 가치가 44분의 1로 내려앉은 수치다.
이 같은 화폐 가치 폭락은 곧장 장바구니 물가를 강타했다. 지난 한 달 동안 이란의 인플레이션은 42.5%에 달했으며, 우유와 계란 등 생필품 가격이 불과 몇 주 사이에 수십 퍼센트씩 급등했다. 현지 시민들은 “우유도 비싸서 못 살 지경”이라며 “리알화로 받은 월급이 장을 보는 순간 재처럼 사라진다”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하자 일부 상점에서는 물건값을 리알화가 아닌 달러로 매기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여기에 이스라엘과의 전쟁 여파와 미국의 제재, 40여 년 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과 전력난까지 겹치면서 민심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했다. 정부가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질 낮은 대체 연료 사용을 늘리면서 도시 전체가 스모그로 뒤덮이는 등 최악의 환경 문제까지 발생했다.
시위가 체제 전복보다는 경제적 생존권을 문제 삼고 있어 이란 당국은 과거 히잡 시위 때보다는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란 국영 언론에 따르면 민병대 소속 장교 1명이 이번 시위 도중 사망했다. 히잡 시위 당시에는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3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이란 정부가 시위 주동자 사형까지 집행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대신 이란은 리알화 폭락의 책임을 물어 중앙은행 총재를 경질하고 새 총재를 임명했다. 이란 정부는 시위 주동자들과 ‘대화 매커니즘’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조수연 기자 newsuye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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