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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의 나라 중국, 새해 카운트다운은 별 볼 일 없네? [김광수의 중알중알]

서울경제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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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의 나라 중국, 새해 카운트다운은 별 볼 일 없네? [김광수의 중알중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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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지서 새해 맞이 행사
유독 조용하게 지나가는 中
양력보다 음력 설 쇠는 문화
사고 방지, 폭죽 사용 자제


2026년 병오년, ‘붉은 말의 해’가 밝았습니다. 전 세계 각지에는 가족, 연인, 친구들이 모여 새해를 맞는 카운트다운 행사를 즐겼는데요. 한국은 서울에서 보신각·광화문·잠실 등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 세계 주요 명소에도 새해를 축하하는 인파로 북적였죠. 새해 시작을 알리자 모인 사람들은 환호했고, 불꽃놀이나 화려한 조명쇼가 밤하늘을 수놓았습니다. 일부 관광객들은 이런 주요 도시의 새해맞이를 위해 여행을 떠날 정도인데요.

중국은 그런 목적으로 찾는 관광객들은 적은 편입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새해 카운트다운 행사가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인데요. 중국도 주요 도시에선 많은 사람들이 모여 다른 나라들처럼 새해가 다가오는 것을 맞이하지만 임팩트가 약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은 화약을 발명한 나라지만 그 흔한 불꽃놀이도 없는 곳이 대부분이죠.



여러 이유가 있는데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에선 새해의 상징성이 양력보다는 음력에 더 있어, 춘제(春節·음력 설)를 진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날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최근 젊은층이나 대도시를 중심으로 해외, 주로 서방국가처럼 양력 1월 1일에 맞춰 카운트다운을 하는 문화가 유입되긴 했죠. 중국 최대 글로벌 도시인 상하이, 젊은이들이 많은 충칭 같은 지역에서 새해 카운트다운을 위해 젊은이들이 대거 도시로 몰린 것도 이런 이유일텐데요. 아직까진 음력 정월 초하루를 새해로 보는 시각이 많아 다른 지역의 행사는 규모가 작은 편이죠.

중국은 음력 설을 앞뒤로 그야말로 민족 대이동을 할 정도로, 춘제를 연중 가장 큰 명절로 삼습니다. 우리나라 구정에 해당하는 음력 설 연휴가 중국에선 올해 기준 무려 9일(2월 15일~23일)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로 치면 신정인 위안단(元旦)은 올해 3일(1월 1일~3일)만 쉽니다. 그것도 일요일인 4일을 대신해 3일에 쉬면서 연휴를 사흘로 만들었고, 4일은 대체 근무로 출근을 하는 억지로 만든 3일 연휴입니다. 중국에서 춘제의 의미는 그야말로 엄청납니다. 이날 가족들과 함께 명절을 보내기 위해 공식 연휴보다 앞서 휴가를 얻거나 아예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을 찾는 경우도 흔합니다.



중국에선 이런 춘제 연휴에 안녕을 기원하며 폭죽을 터뜨리고 불꽃놀이를 하는 문화가 있는데,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밤새도록 동네가 떠나갈 듯 터지는 폭죽에 실제로 잠을 이루기가 힘들 정도고, 화재나 인명피해도 많이 발생했죠. 이 때 터뜨린 폭죽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 대기오염이 심각해질 지경인데요.

그렇다 보니 1990년대 중반부터 대도시를 중심으로 도심에서 폭죽을 터뜨리는 것이 금지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가 심했던 2020년대 이후에는 규제가 더욱 강화되면서 처벌 수위도 높아졌는데요. 최근에는 오히려 너무 규제가 심하다고 풀어줘야 하는 말이 나오면서 제한적으로 허용하거나 단속을 하지 않으며 묵인하는 지방정부가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보니 의도적으로 각 지방정부에서 새해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것을 자제시키기도 합니다. 음력 설에 비해 많지 않더라도 폭죽을 사용하거나 불꽃놀이를 할 경우 화재, 폭발사고 등의 위험이 커질 수 밖에 없겠죠. 우리나라에서 할로윈 당시 좁은 지역에 수많은 인원이 모여 대규모 인명피해가 난 것처럼 14억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에선 더 큰 부상사고가 벌어질 가능성도 큽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경찰, 소방인력 등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방정부들은 최대한 이런 행사를 못하게 막는 게 당연합니다.

최근 들어서는 그래도 시대가 변하면서 어느 정도의 행사는 허용되는 분위기인데요. 폭죽이나 불꽃놀이 등 인화성 물질을 사용하는 대신 레이저쇼·미디어파사드 등 다양한 조명을 활용하거나 드론쇼 등을 더하는 방식도 늘어났습니다. 전통 공연이나 가수 등이 출연하는 행사도 기획되긴 하지만 인원은 적정선을 유지하려는 노력들이 엿보입니다.



결국은 애초에 통제 불가능한 변수를 만들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다른 지역보다 수도 베이징은 새해 맞이 행사가 밋밋하기 그지 없습니다. 전통과 문화가 살아있는 역사의 도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요 2개국(G2)의 대표 도시임에도 상하이에 비하면 아주 초라한 수준인데요. 산리툰을 비롯해 젊은이들이 주로 모이는 지역이나 일부 대형 쇼핑몰에서 올해 관련 행사가 열리긴 했지만 주최측이 별도로 없이 사람들이 모여서 새해를 축하하는 수준이었고, 새해가 되고 나니 거의 강제 해산되다시피 해서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나마 베이징에서 열린 대규모 행사는 시 외곽의 만리장성이 있는 곳에서 열렸는데요. 아무래도 정치 중심인 수도인만큼 대규모 군중이 모여 혹시 모를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로 코로나19 당시 백지시위가 벌어진 이후 베이징에선 불특정 다수가 모이기만 해도 이를 차단했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가 깔려 있습니다.




중국의 새해 카운트다운이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하신 경우 진정한 중국의 새해를 경험하려면 춘제를 맛보는 것도 좋긴 합니다. 문제는 이 시기가 여행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인데요. 국내 이동 교통편을 구하는 것이 14억 중국인과 경쟁해야 하는 전쟁에 맞먹는 수준이고, 숙박비는 비싸지고 문을 닫는 식당도 늘어난다는 점은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김광수 특파원의 ‘중알중알’은 ‘중국을 알고 싶어? 중국을 알려줄게!’의 줄임말입니다. 중국에서 발생한 뉴스의 배경과 원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중국의 특성을 쉽게 전달해 드립니다. 구독을 하시면 유익한 중국 정보를 전달받으실 수 있습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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