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 확정
최대 100억 보상 보험도 신설
최대 100억 보상 보험도 신설
정부가 전기차의 일시적 수요 정체기인 캐즘을 극복하고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보조금 감축이라는 기존 원칙을 깨고 강력한 부양책을 꺼내 들었다. 매년 단계적으로 줄여오던 전기차 구매보조금 단가를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고 기존 내연기관차를 처분하고 전기차로 넘어오는 소비자에게는 최대 100만 원을 더 얹어주는 전환지원금을 신설하기로 했다. 전기차를 내연차의 단순한 대체재가 아닌 시장의 주류로 안착시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도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방안을 확정했다. 이번 개편안은 전기차 보급 확대를 가로막는 가격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배터리 효율과 화재 안전성 등 기술적 진입 장벽은 높여 국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이번 개편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보조금 단가 유지와 전환지원금 신설이다. 당초 정부는 전기차 보급 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대당 보조금 단가를 매년 약 100만 원씩 축소해왔다. 하지만 충전 인프라 부족, 화재 공포 등으로 인해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자 올해 예산 지원단가를 2025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꺼져가는 전기차 구매 심리를 되살리겠다는 취지다.
여기에 더해 전환지원금 제도가 새롭게 도입된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내연기관차를 폐차하거나 매각하고 전기차를 신규 구매할 경우 기존 보조금 외에 추가로 최대 100만 원을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최초 출고 이후 3년 이상 지난 내연차로 한정되며 현재 저공해자동차로 분류되어 세제 혜택 등을 받는 하이브리드차량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의 폭은 커진다. 국비 기준으로 최대 580만 원이었던 중형 전기승용차 구매 보조금은 전환지원금 100만 원이 더해져 최대 680만 원까지 늘어난다. 서영태 기후에너지환경부 녹색전환정책관은 “전환지원금을 통해서 전기차에 대한 가격 매력도가 발생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전기차가 시장에 빨리 정착이 될 수 있는 그런 촉진제가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제도의 악용을 막기 위해 촘촘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가족 간의 형식적인 매매나 증여를 통해 보조금을 타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직계존비속 등 가족 간 거래는 전환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한 신차 구매보조금이 500만 원을 초과해야 전환지원금을 전액 받을 수 있고 그 미만일 경우 보조금 규모에 비례해 차등 지급된다.
특히 기후부는 2027년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전액 지급하는 가격 기준을 현행 5300만원 미만에서 5000만원 미만으로 낮췄다. 또 반액 지급하는 기준은 5300만~8500만원에서 5000만~8000만원 미만으로 낮추기로 했다. 공교롭게 국내 수입차 시장 3위 업체 테슬라는 모델 Y의 프리미엄 후륜구동(RWD) 차종 가격을 기존 5299만원에서 4999만원으로 300만원 내렸다. 이같은 테슬라의 가격 인하가 한국의 보조금 정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국내 시장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최근 잇따른 전기차 화재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도 보조금 지급 요건에 포함됐다. 2026년 7월부터는 제조사가 전기자동차 화재안심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보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기존에는 제조물 책임보험(PL) 가입 여부만 따졌으나 피해 입증 책임 문제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새로 도입되는 화재안심보험은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지원하고 충전 중이거나 주차 중에 발생한 화재로 인한 제3자 피해까지 폭넓게 보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부가 이처럼 파격적인 보조금 동결과 추가 지원 카드를 꺼낸 것은 지금이 전기차 대중화의 골든타임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 국내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는 약 97만 대로 올해 1월 중 100만 대 돌파가 확실시된다. 다만 전체 등록 차량 대비 비중은 여전히 3.6% 수준에 불과하다. 기후부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40%를 전기·수소차로 채우겠다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당분간 강력한 재정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서영태 정책관은 “전기차 확대 속도와 전기보조금의 축소 속도를 비춰봤을 때 어느 정도 주류화를 하기 위한 단기적인 퀀텀 점프 기간이 필요하다고 판단을 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정책이 하이브리드차 시장에는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환지원금 대상에서 하이브리드차가 제외되면서 내연차 교체 수요가 전기차로 쏠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후부는 이번 개편안에 대해 이달 10일까지 열흘간 의견수렴을 거친 뒤 차종별 국비 보조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지자체별 공고가 시작되면 2월경부터는 실질적인 보조금 지급과 차량 인도가 시작될 전망이다.
배상윤 기자 prize_y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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