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한 유튜브 채널의 쇼츠 목록.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요리사2’ 영상을 저작자 허락 없이 짜깁기 한 영상을 수백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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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요리사2’를 검색하면 나오는 이들 쇼츠(유튜브에서 제공하는 1분 내외의 짧은 영상물)의 조회 수는 1일 기준 각각 468만회·321만회에 이른다. 저작자 허락 없이 프로그램 영상을 따와 짜깁기한 형태인 이런 영상은, 공식 영상 못지않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유튜브 속 한 장르로 여겨질 만큼 보편적이다. 그 대상도 인기 예능을 비롯해 드라마, 영화, 다른 유튜브 영상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이런 영상은 대부분 불법 저작물이다. 이런 영상을 올리는 채널들은 “개인적인 의견과 해석을 담았다” “재해석이 들어간 2차 저작물” 등으로 소개하며 법망을 피하려는 모습이지만, 사실상 모두 저작권법 위반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저작권법 전문 김경환 변호사는 “자막이나 음성 더빙을 했다고 해서 합법적인 2차 저작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원저작자의 동의 없이 2차 저작물을 제작할 수는 없다”고 했다. ‘흑백요리사2’ 출연자인 임성근 요리사는 3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임짱TV)에 글을 올려 “현재 많은 유튜브 채널에서 임짱티브이 영상을 무단으로 다운받아 재편집해 조회 수를 올리고 있다”며 “임짱의 초상권과 콘텐츠 저작권에 대한 침해로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호소했다.
저작권 단속 시스템에 빈틈이 많고, 조회 수를 기준으로 한 수익화가 장려되고 있는 탓에 유튜브가 ‘불펌’(불법 퍼오기) 짜깁기 영상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이어진다. 간편히 만들 수 있는 유튜브 쇼츠가 등장하며 이런 영상은 한층 더 늘어나고 있는데, 조회 수를 모아 광고나 채널 판매 수익까지 내고 있는 상황이다.
불법 영상이 범람하는 배경으로는 우선 허술한 단속 체계가 꼽힌다. 유튜브는 기본적으로 저작자 신고를 받아 영상을 단속하는데, 저작자가 무단으로 콘텐츠를 도용한 사례를 찾을 수 있는 자동 식별 프로그램 등 ‘저작권 관리 도구’를 제공한다. 하지만 저작권 관리 도구는 간단한 ‘꼼수’로도 무력화된다. 영상에 자막을 달거나 음성을 합성하는 등 약간의 가공을 거치면 감시망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작자가 수많은 영상을 일일이 확인해 신고해야 하지만, 그 효용도 크지 않다. 한 오티티(OTT) 업체 관계자는 “신고해도 유튜브에서 영상 삭제나 수익화를 막는 수준이고 벌금을 물리는 등 사법 조처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조회 수가 곧 수익이 되는 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짜깁기 영상 채널은 대개 구독자 수는 적지만,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재빨리 쇼츠 형태로 가공하고 자극적인 제목을 붙이면 조회 수를 높일 수 있다. 조회 수는 광고 수익으로 이어지고, 채널 계정을 ‘거래’하는 데도 유리하다. 한 유튜브 계정 판매 누리집을 보면 불법 복제가 의심되는 ‘오티티 예능 쇼츠’ ‘드라마·영화 짜깁기 쇼츠 채널’ 등의 운영 계정이 누적 조회 수를 앞세워 수십만~수백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김찬동 한국저작권위원회 법제팀장은 “유튜브 등 주요 플랫폼은 불법 채널들이 쉽게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자막이나 내 목소리를 넣었기 때문에 내 저작물’이라는 잘못된 이용자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종우 기자 whddn387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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