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밥을 먹으면서 연초에 곤혹스러운 것 중의 하나가 인터뷰 대상자를 찾는 일이다. 신년에는 기획기사가 많은데 기획에 걸맞은 인물을 선정하는 게 쉽지 않다.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언론에 많이 노출되지 않은 새 얼굴을 찾고 싶지만, 그게 참 어렵다. 생각보다 대한민국은 인재풀이 넓지 않다. 인터뷰 대상자도 그런데 하물며 정부 요직은 더 그럴 것이다.
새해벽두 정치권의 ‘핫플레이스’는 단연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장이다. 보수정당 3선 의원이면서 현직 당협위원장이던 이혜훈 내정자가 이재명 정부의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자리에 기용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자기 출세를 위해 양심과 영혼을 팔았던 일제 부역행위와 다름없다”(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와 같은 극한 반응이 나오는 것은 야당이 받은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를 방증한다.
이 내정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UCLA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경제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위원을 지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도 역임했다. 예산처 장관이 정무감각과 전문성을 두루 갖춰야 하는 자리라는 것을 감안하면 정치색을 쏙 빼고 보는 프로필로는 나쁘지 않다. 예산처는 현 정부의 곳간을 관리하는 곳이다. 그 키를 그간 자신에 비판적이던 야당 3선 출신 인사에게 맡겼다는 점에서 이재명식 탕평책으로도 볼 수 있다.
새해벽두 정치권의 ‘핫플레이스’는 단연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장이다. 보수정당 3선 의원이면서 현직 당협위원장이던 이혜훈 내정자가 이재명 정부의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자리에 기용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자기 출세를 위해 양심과 영혼을 팔았던 일제 부역행위와 다름없다”(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와 같은 극한 반응이 나오는 것은 야당이 받은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를 방증한다.
이 내정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UCLA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경제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위원을 지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도 역임했다. 예산처 장관이 정무감각과 전문성을 두루 갖춰야 하는 자리라는 것을 감안하면 정치색을 쏙 빼고 보는 프로필로는 나쁘지 않다. 예산처는 현 정부의 곳간을 관리하는 곳이다. 그 키를 그간 자신에 비판적이던 야당 3선 출신 인사에게 맡겼다는 점에서 이재명식 탕평책으로도 볼 수 있다.
양당 체제인 한국 정치에서 정당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총수를 반대해도 ‘배신자’가 되는 상황에서 당을 바꾸는 것은 변절자, 부역자 프레임을 벗어날 수 없다. 그게 영전으로 비치는 자리라면 더욱 그렇다.
결과적으로 양당 체제는 정치적 보폭을 좁히는 원인이 됐다. 역대 정부는 하나같이 ‘국민통합’을 주창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모두의 대통령이어야 한다는 당위를 내세우면서도 상대 당에 권력을 내주는 것을 해당행위로 보는 현실을 넘어서지 못했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은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야당인 한나라당의 연립정부 구성안을 제안했다. ‘소선거구제(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 선출)에서 중대선거구제(하나의 선거구에서 2명 이상 선출)로 바꾸는 것을 한나라당이 동의해준다면’이란 조건을 달았지만 총리를 포함한 장관 임명권을 야당에 넘기겠다는 점에서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야당은 조롱했고, 여당의 지지층은 붕괴됐다. 박근혜 정부도 ‘국민대통합’을 내세웠고 한광옥, 김경재 등 동교동계 인사의 지지선언으로 이어졌지만, 중량감 있는 영입은 하지 못했다.
양당 체제는 이미 한국 정치에 많은 기회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가장 큰 폐해는 ‘묻지마 반대’다. 상대가 아무리 잘해도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다. 상대를 부정해야 당내 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내정자가 “정당에 속해 정치를 하면서 당파성에 매몰돼 사안의 본질과 국가 공동체가 처한 위기의 실체를 놓쳤음을 오늘 솔직하게 고백한다”며 탄핵 반대를 사과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상대를 인정할 수도 없는 환경에서 다른 당의 인재를 불러다 쓴다는 것은 SF적 상상에 가깝다.
보수만으로 혹은 진보만으로 좋은 국가를 만들 수는 없다. 급변하는 대내외적 환경 속에 아군도 적도 없는 시대에는 진보와 보수의 협치가 필요하다. 아무리 그래도 민주당 정권에서 보수인사가 일하는 일이 국권을 침탈했던 일제 부역과 같은 무게일까. 국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내 삶이 더 나아지는 것이지, 누가 권력을 잡느냐가 아니다.
국민의힘은 인사청문회에 대해 ‘배신자’를 단죄하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계엄 옹호, 확장재정 반대 등을 했던 이력을 들어 철저한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과연 이 내정자는 인사청문회를 잘 넘어설 수 있을까. 그래서 좌우를 아우르는 실무능력을 보이며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전략적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확실한 것은 이 내정자 기용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한국 정치 운신의 폭이 한층 더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수의 더 많은 인재가 진보정권에서 기용될 수 있고, 반대로 진보의 더 많은 인재가 보수정권에서 기용될 수 있다. 옛말에 “무편무당(無偏無黨)하면 왕도탕탕(王道蕩蕩)하다”(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으면 국가의 길이 넓어진다는 뜻)고 했다. 그냥 허투루 나온 말은 아닐 것이다.
박병률 탐사기획에디터 겸 경제에디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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