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 외교장관 통화
왕이 "하나의 중국 원칙 지켜야"
중일갈등 고조에 韓입장 재확인
한한령·北문제 등 뒷전 될수도
"실용적 '이중트랙' 접근해야"
왕이 "하나의 중국 원칙 지켜야"
중일갈등 고조에 韓입장 재확인
한한령·北문제 등 뒷전 될수도
"실용적 '이중트랙' 접근해야"
이재명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앞두고 중국이 대만 문제와 관련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중일 관계가 경색된 와중에 대만이나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문제로 인해 한중 정상회담에 불똥이 튈 가능성이 우려된다.
외교부는 조현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전날 통화를 갖고 이 대통령의 방중 및 양국 간 현안을 논의했다고 1일 밝혔다. 이 대통령은 4일부터 7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해 정상회담과 만찬 등에 참석할 예정이다. 조 장관과 왕 부장은 이번 회담에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전면적인 복원 흐름을 공고히 하고 양국 국민들이 체감할 만한 실질적인 성과를 낸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한중 정상회담은 지난해 11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진 회담 후 이번이 두 번째다.
다만 양측의 이날 통화에서는 중국의 민감한 현안인 대만 문제가 직접적으로 언급됐다. 외교부는 “두 장관이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밝혔지만 중국 외교부 보도 자료에 따르면 왕 부장은 이날 통화에서 “일본의 일부 정치 세력이 역사를 후퇴시키고 침략·식민 범죄를 복권하려는 상황”이라며 “한국이 올바른 입장을 취하며 국제주의를 수호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발언했다. 특히 “대만 문제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는 것이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만을 둘러싼 중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에 보다 명확한 입장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는 1992년 한중 수교 공동성명문에도 담긴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있고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중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나의 중국’ 자체를 인정하기보다 중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온 셈이다.
그러나 지난달 ‘대만 유사시 개입’을 언급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로 인해 중일 갈등이 격화되면서 한국의 입장을 재확인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그런 만큼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가 보다 직접적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중국과의 본격적인 관계 회복 및 경제협력 확대, 한한령 해제, 북한 문제에 관한 지원 등이 필요한 우리나라로서는 난감한 대목이다.
중국 정부가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한미 동맹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는 만큼 한미 핵추진잠수함 협력이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에 대해 우려를 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 정부는 핵잠수함이 군사적 목적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포함한 한미 동맹 현대화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 등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까지 중국은 한중 관계 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며 조심스럽게 대응하는 분위기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핵잠수함 구상에 대해 중국은 “한국이 신중히 처리하기를 희망한다”는 수준의 입장만 내놓았다. 2021년 호주가 핵잠수함 도입 계획을 밝혔을 당시 “핵확산 위협을 크게 증대시키는 뻔뻔스러운 행위”라고 거칠게 비판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일 관계 악화에 따른 한중 관계 관리의 필요성, 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한국 내 반중 정서 악화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중 정상회담의 관건으로 ‘외교적 유연성’을 꼽고 있다. 이성윤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되 대만이나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문제 등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며 실용적인 ‘이중 트랙’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중일 관계 경색에 따라 상대적으로 중국인들의 한국 여행·쇼핑 수요 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한중 간 사회·제도·이념적 차이를 강조하기보다 한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자주 찾을 수 있도록 실용 외교 측면에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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