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한림국제대학원 겸임교수 정혜수
2026년이 힘차게 밝았습니다. 올해도 국내 자금세탁방지(AML) 이슈는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대외적으로는 비교적 조용합니다. 새로운 의무가 대거 도입되는 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2025년 말 연이어 개최한 유관기관 협의회와 검사수탁기관 협의회, 그리고 '자금세탁방지 2024 연차보고서' 등 2025년도 하반기 감독당국 발표 내용을 종합해 보면, 감독의 초점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 감독당국은 규정을 갖추고 시스템을 구축했는지, 관련 법령을 형식적으로 이행했는지를 묻는 데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위험을 인식했고, 그 인식이 실제 관리와 점검으로 이어졌는가를 묻고 있습니다.
그러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2025년 말 연이어 개최한 유관기관 협의회와 검사수탁기관 협의회, 그리고 '자금세탁방지 2024 연차보고서' 등 2025년도 하반기 감독당국 발표 내용을 종합해 보면, 감독의 초점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 감독당국은 규정을 갖추고 시스템을 구축했는지, 관련 법령을 형식적으로 이행했는지를 묻는 데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위험을 인식했고, 그 인식이 실제 관리와 점검으로 이어졌는가를 묻고 있습니다.
제도이행평가, 관리수준 점검을 넘어 감독 판단의 기초로
KoFIU는 2025년 12월 '자금세탁방지 유관기관 협의회'를 통해 2026년 제도이행평가의 개선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습니다. 제도이행평가는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있는 모든 금융회사 등을 대상으로 자금세탁 노출 위험과 관리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로, 그간 금융회사의 자율적 개선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습니다.
2025년 평가 결과, 고객확인(CDD)이나 고액현금거래보고(CTR) 등 기초적인 관리체계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의심거래 추출 기준의 유효성 점검, 독립적 감사 등 AML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에서는 미흡한 사례가 반복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내부감사를 통해 스스로 미비점을 발견하고 개선한 기관은 전체의 일부에 그쳤습니다.
이에 따라 KoFIU는 2026년 평가부터 자금세탁 위험 수준과 관리 실적을 연계하고, 위험이 높음에도 관리가 미흡한 경우 감점을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위험평가 결과가 단순한 문서에 그치지 않고, 실제 관리 수준으로 이어졌는지를 본격적으로 점검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전문성 중심으로 재편되는 AML 평가
2026년 평가체계의 또 다른 특징은 책임자급 인력의 전문성에 대한 공식적 반영입니다. KoFIU는 AML 업무를 총괄하는 보고책임자와 독립적 감사 책임자가 AML 관련 전문자격을 보유한 경우 가점을 부여하겠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는 AML 업무의 성과가 개별 담당자의 전문성과 판단 역량에 좌우된다는 점에 대해 감독당국과 금융권 전반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다시 말해, AML을 단순한 규정 이행의 문제가 아니라, 담당 인력의 역량과 전문성이 금융회사 전체의 AML 관리 수준을 결정하는 요소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정성평가 도입을 통해, 규정에 열거된 관리 항목의 충족 여부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의 자발적이고 선도적인 AML 활동도 평가에 반영할 예정입니다. 형식적 준수와 실질적 관리 사이의 간극을 줄이겠다는 감독 방향이 보다 분명해진 셈입니다.
여기에 더해, 이미 시스템 구축과 인력 충원, 법규 준수는 상당 부분 이뤄진 상황에서, 이제 관건은 ‘이미 구축된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독립감사가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가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감사인의 전문성 검증이 필수적이며, 단순히 AML 관련 자격 보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감사 방법론과 리스크 평가, 샘플링, 개선 권고까지 수행할 수 있는 감사 관련 전문자격과 경험을 갖춘 인력이 독립감사를 수행해야 비로소 점검이 형식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문 인력을 활용해 가장 시급하고 리스크가 큰 영역부터 우선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정성평가 강화라는 감독 방향에 부합하는 대응이라 할 수 있습니다.
테러자금금지법 개정과 법인 지배구조 리스크
2026년 1월 시행 예정인 테러자금금지법 개정은 형식적 제도 변화라기보다, 실무 운영 방식 전반에 상당한 변화를 요구하는 사안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이 법 개정 자체는 테러자금조달의 사각지대를 차단하려는 취지에서 매우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테러 관련자가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법인까지 금융거래 제한 대상에 포함함으로써, 기존 제도의 공백을 메우려는 문제의식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금융회사는 법인 고객의 지배 구조와 실제소유자를 보다 정밀하게 식별하고, 해당 인물이 금융거래 제한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감독당국은 법인의 지배자 특정과 관련한 체크리스트를 가이드 형식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는 개별 금융회사가 복잡한 법인 지배 구조를 일률적인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현실적인 접근으로 볼 수 있습니다. 동일한 맥락에서, 지분 소유자 및 실제소유자 확인 업무 역시 체크리스트 기반으로 운영하는 것이 실효성과 현실성을 모두 갖춘 방식으로 판단됩니다.
실무적으로 보면, 이 업무를 정교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기업정보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연간 수억 원대의 비용을 지불하며 기업정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관은 제한적이며, 실제로 우리나라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부과된 기관의 절대다수는 그러한 비용을 감내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설령 비용을 지불해 정보를 확보하더라도, 해당 업무는 기존의 법인 실제소유자 확인 업무와는 성격과 방식이 다릅니다. 최초 실제소유자 식별, 금융거래 제한 대상 여부 재확인, 그리고 합산 지분 50% 초과 여부 판단까지 다단계 검증 과정이 필요해 상당한 인력과 시간이 소요되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감독당국이 지배자 확인을 체크리스트 방식으로 안내한 것과 유사하게, 기존에 이미 수행 중인 실제소유자 확인 업무를 출발점으로 삼아, 해당 실제소유자를 대상으로 워치리스트 필터링(WLF)을 통해 금융거래 제한 대상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입니다. 이는 금융회사의 운영 부담을 과도하게 증가시키지 않으면서도, 테러자금조달을 차단하려는 법 개정의 취지와도 부합하는 접근입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개별 금융회사에 이와 같은 복합적·기술적 판단을 모두 맡기는 구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감독당국 또는 신뢰할 수 있는 제3자(reliable third party)가 법령 취지에 맞게 기업 지배·소유 정보를 가공·정제하여 제공하는 체계가 마련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향으로 보입니다. 현행 법령이 요구하는 수준을 금융회사 등이 그대로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제도 보완 논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6년, 설명 책임의 시대로 들어선 AML
KoFIU의 최근 자료들이 공통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2026년은 이미 알고 있던 위험을 어떻게 관리해 왔는지를 설명해야 하는 해입니다. 위험평가 결과가 고객관리, 거래모니터링, 내부점검으로 연결되고 있는지, 내부감사가 형식적 확인을 넘어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될 것입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 AML 담당자는 ‘설명 가능한 관리’에 맞춰 준비 방향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위험평가 결과와 실제 통제 조치 간의 연결 구조를 명확히 정리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독립감사가 형식적 체크를 넘어 실제 리스크를 식별하고 개선 과제를 도출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리스크가 크고 시급한 영역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는 자료와 기록을 축적해 나가야 합니다.
자금세탁방지는 이제 ‘하고 있다’는 선언의 영역을 넘어, 무엇을 점검했고, 무엇을 고쳤으며, 왜 그 순서였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관리의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설명이 가능해질 때, 2026년의 감독 환경은 부담이 아니라 준비된 기관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것입니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