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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합치면 6조달러 시장…생존의 문제로 거론된 '한일 경제연대'

머니투데이 도쿄(일본)=정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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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합치면 6조달러 시장…생존의 문제로 거론된 '한일 경제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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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생존의 연대]<1-⑦>

[편집자주] 2025년은 갈라진 세계, 갈라진 경제를 체험한 해다. 세계 경제는 보호무역 확산과 다자주의 붕괴로 '시계(視界) 제로' 상태에 놓였다. '지경학(geoeconomics)의 시대', 한국 경제는 생존을 걱정한다. 일본 상황도 다르지 않다. 반도체 등 핵심 밸류체인을 공유하고 저성장·고령화라는 난제를 함께 안고 있는 두 나라. 한일 경제연대는 선택이 아니라, 불확실성 시대에 생존을 위한 새로운 모델로 거론된다. 그 가능성을 짚어본다.

국가별 명목 GDP(전망치) 순위/그래픽=임종철

국가별 명목 GDP(전망치) 순위/그래픽=임종철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해 11월21일 일본 도쿄대에서 열린 도쿄포럼에 참석해 "한국과 일본이 전통적 자본주의의 한계를 넘어서 사회 전체 비용을 낮추는 '저비용 사회'로의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며 한일 경제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에너지, 의료, 스타트업 등 구체적인 협력 모델도 내세웠다.

한일 경제연대는 최 회장의 지론이다. 미중 패권 경쟁 속 생존법으로 '한일 경제연대'를 꼽는다. EU(유럽연합) 수준의 경제공동체까지 제안한 상태다.

일본 반응도 긍정적이다. 같은 날 도쿄포럼에 참석한 이와이 무츠오 일본경제동우회 회장 대행 겸 일본담배산업 이사회 의장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글로벌 규범은 유럽에서 만들어지고 우리는 그것을 따라가는 입장이었다"며 "앞으로 한일 양국이 함께 만든 규범이 글로벌 규범이 되는 미래가 온다면 정말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일본 GDP 6조달러 '규모의 경제'

일본에서도 한일 경제협력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정경록 주일본 한국대사관 상무관은 "일본도 앞마당을 같이 쓰는 입장에서 둘러보면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이웃이 적다"고 전했다. 고성우 일본 재경관은 "일본 입장에서 자본주의, 민주주의 등 공통된 분모를 가진 국가는 한국 정도"라고 말했다.


한일 경제연대 논의가 시작된 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미중 경쟁으로 세계 경제가 요동친다. 기존 수출 성장 방정식은 깨졌다. 한일 공통의 위기다.

한국과 일본이 경제적으로 협력을 강화할 필요/그래픽=김다나

한국과 일본이 경제적으로 협력을 강화할 필요/그래픽=김다나


그래서 나온 대안이 한일 경제연대다. 한일 경제연대 논리는 '규모의 경제'와 맞닿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5년 일본과 한국의 명목 GDP(국내총생산)는 각각 4조2800만달러, 1조8600만달러로 예상된다. 이를 합할 경우 6조 달러를 넘는다. 뭉치면 체급이 달라진다.

물론 미국(30조 달러), 중국(19조 달러), EU(21조 달러)에 비해선 부족하다. 하지만 뭉치면 협상력이 커진다. 내수 시장 활용도도 높아진다. 한일 경제연대는 아시안연합(AU) 논의로 가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발표한 '글로벌 대한민국의 새로운 한일협력' 보고서는 현실을 냉정하게 짚어준다. 2023년 기준 세계 15대 경제 대국 중에서 인구 1억5000만명 이하면서 거대 경제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 일본, 영국, 멕시코뿐이다. 그나마 영국은 비교적 최근 EU를 탈퇴한 국가다.

'갈라진 경제' 속 생존 문제다. 양국은 미국과 중국 의존도가 높다. 한국의 수출 비중만 봐도 중국(19.5%), 미국(18.7%) 순이다. 미중 갈등 속 선택지는 좁다.


한일 경제, 촘촘히 연결된 상태

기술 패권 경쟁도 '규모'를 요구한다. AI(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은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하다. 미중 중심 쏠림도 그래서다. 각자도생으론 경쟁력을 잃기 쉽다. 국가 주도의 산업정책의 우등생이자 모범생이었던 한국과 일본은 이러한 경쟁에 열심히 따라가고 있지만 과거와 비교할 때 경쟁력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일 국교정상화 60년과 미래비전 2050' 보고서에서 "개방경제 체제 하에서 대외지향적 성장전략을 추구한 한일 양국 경제는 다양한 층위에서 상호의존을 심화시켰다"며 "이제 양국 경제는 분리하기 어려울 만큼 촘촘히 연결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양국은 윈윈 협력에 이룰 수 있는 이상적 관계"라는 설명이다.

한일 경제공동체가 장기적으로 국익/그래픽=김다나

한일 경제공동체가 장기적으로 국익/그래픽=김다나


인적 교류는 이미 뜨겁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4년 방한 일본인은 322만명, 방일 한국인은 881만명에 달했다. 각각 전년대비 39.2%, 26.7% 늘었다.

관건은 정치다. 지난해는 분수령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첫 순방지로 일본을 택했다.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60주년 명분이 힘을 실었다. 이 대통령은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냈다. 광복절엔 "일본은 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자 동반자"라고 칭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도 화답했다. 지난해 10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기간 중 이 대통령을 만나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약속했다. 셔틀 외교는 완전히 복원됐다.

이지평 한국외대 교수는 "보호무역 확대 속에서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는데, 한일 경제연대라는 비전을 공유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쿄(일본)=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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