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공시서 수사협조 주체 '쿠팡'→'범인'으로
정보유출도 자체조사 결과인 3천건으로 등록
경찰 '정보 함구' 지적 날 '수사 주체' 셀프 격상
美변호사 "의도적 프레임 변경, '중요사실 왜곡' 가능성"
쿠팡 "범인 특정됐다는 단순한 내용 업데이트"
정보유출도 자체조사 결과인 3천건으로 등록
경찰 '정보 함구' 지적 날 '수사 주체' 셀프 격상
美변호사 "의도적 프레임 변경, '중요사실 왜곡' 가능성"
쿠팡 "범인 특정됐다는 단순한 내용 업데이트"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쿠팡의 미국 증권시장 공시가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쿠팡은 29일(현지시간) 제출한 서류를 통해 “고객 계정 3300만건에 대한 접근이 있었지만 범인은 약 3000건의 제한된 데이터만을 저장했다”고 신고했다. 특히 미국 증권 당국에 제출한 정정 공시에서 수사 협조의 주체를 ‘회사’에서 ‘범인’으로 바꾼 것으로 확인되서다. 경찰이 쿠팡의 ‘수사기관 패싱’을 지적하는 상황에서 범인을 수사 협조의 주체로 내세운 것은 향후 전개될 법적 다툼에서 회사의 조직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현지 집단소송 대리인 측은 이 같은 공시 내용 변경에 대해 ‘증권 사기’ 혐의 적용 가능성을 제기했다.
협조대상 주체, ‘쿠팡’→‘범인’
31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된 쿠팡의 모회사 쿠팡Inc는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정정 공시(8-K/A)에서 “‘범인(perpetrator)’이 쿠팡 및 수사관들에게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6일(현지시간) 공시에서 “‘쿠팡’이 규제 당국에 전적으로 협조 중(Korean regulators have initiated investigations with which Coupang is fully cooperating)”이라고 표현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달라진 표현이다.
쿠팡은 29일(현지시간) 제출한 서류를 통해 “고객 계정 3300만건에 대한 접근이 있었지만 범인은 약 3000건의 제한된 데이터만을 저장했다”고 신고했다. 특히 미국 증권 당국에 제출한 정정 공시에서 수사 협조의 주체를 ‘회사’에서 ‘범인’으로 바꾼 것으로 확인되서다. 경찰이 쿠팡의 ‘수사기관 패싱’을 지적하는 상황에서 범인을 수사 협조의 주체로 내세운 것은 향후 전개될 법적 다툼에서 회사의 조직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현지 집단소송 대리인 측은 이 같은 공시 내용 변경에 대해 ‘증권 사기’ 혐의 적용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
협조대상 주체, ‘쿠팡’→‘범인’
31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된 쿠팡의 모회사 쿠팡Inc는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정정 공시(8-K/A)에서 “‘범인(perpetrator)’이 쿠팡 및 수사관들에게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6일(현지시간) 공시에서 “‘쿠팡’이 규제 당국에 전적으로 협조 중(Korean regulators have initiated investigations with which Coupang is fully cooperating)”이라고 표현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달라진 표현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쿠팡 조직의 문제에서 개인의 문제로 방점을 옮긴 것”이라며 “사건의 실체를 회사의 보안 관리 소홀이라는 구조적 결함이 아닌 ‘제3자의 개인적 일탈’로 전환해 향후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12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올라온 쿠팡 공시 내용. 협조 주체가 ‘쿠팡’으로 돼 있다.(사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
앞서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29일 오전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쿠팡이 피의자 노트북을 임의 제출하면서 자체 포렌식 진행 사실을 알린 적이 없다”며 “쿠팡이 만약 조작 자료를 제출했다면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수사 대상인 쿠팡이 경찰과 나란히 서서 협조를 받는 위치로 자리를 옮긴 꼴”이라며 “국내 공권력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책임의 화살표를 범인에게 돌리려는 전략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정정공시, 예민하고 강력한 공격 지점”
법조계 일각에서는 쿠팡의 정정공시를 두고 투자자와 피해자를 기망한 ‘증권 사기’ 혐의 적용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협조 주체가 범인으로 바뀐 건 기업의 협조가 미흡했다는 사실을 가리고 수사가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는 인상을 주려는 일종의 시선 전환이라는 해석이 가능해서다. 미국에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소비자 집단소송을 이끌고 있는 손동후 SJKP(법무법인 대륜 미국 법인) 뉴욕 변호사는 이번 공시 변경을 “매우 예민하고 강력한 공격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손 변호사는 “협조의 주체를 범인으로 전환한 것은 기업의 협조 부재 가능성을 배제하고 투자자에게 수사가 원활하다는 인상을 유지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미국 증권법상 ‘중요 사실의 왜곡’ 또는 ‘오도적 누락’으로 충분히 다툴 수 있는 지점”이라고 밝혔다.
‘중요 사실의 왜곡’ 및 ‘오도적 누락’은 증권거래법 제10조(b) 및 SEC 규칙 10b-5가 금지하는 전형적 사기 행위다. 이는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거짓으로 말하거나 불리한 배경 정보를 고의로 빠뜨려 투자자가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드는 행위를 의미한다. 위반 시 SEC로부터 막대한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민사상 집단소송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의 근거가 된다.
12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올라온 쿠팡의 정정 공시 내용. 협조 주체가 ‘범인’으로, 협조 대상은 ‘쿠팡과 수사기관’으로 변경됐다.(사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
이번 수정 공시 과정에서 ‘선택적 공시(Regulation FD)’ 위반 가능성도 제기된다. 쿠팡은 지난 25일 국내 보도자료를 통해 ‘유출 규모 축소’ 정보를 선제 공개하면서 약 6%의 주가가 올라서다. 하지만 SEC 공시에는 2영업일째인 지난 29일에야 해당 내용을 반영했다.
손 변호사는 “미국 상장사가 해외에서 배포한 공식 보도자료가 사실상 시장에 중요한 신호로 작용했다면 SEC는 이를 실질적 선택적 공시(selective disclosure)로 평가할 여지가 있다”며 “해당 정보가 정정 공시로 뒤늦게 편입됐다는 점은 ‘동시에 공시하지 않았다’는 선택적 공시 위반 논점의 출발점이 된다”고 했다. 이어 “공시 내용과 시점, 표현 방식의 차이는 쿠팡이 각 시점마다 어떤 인식과 판단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정황 자료”라며 “향후 경영진의 ‘고의적 기망(Scienter)’ 여부를 다투는 단서로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팡은 이에 대해 “정정공시는 기존에 ‘정부와 협조를 했다’는 전제를 수정한 게 아니라 ‘범인’이 특정됐다는 내용을 업데이트하기 위한 공시”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