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2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연 토크콘서트에서 참가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이 ‘당원게시판 사태’로 또 내홍에 휩싸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해 중도층 외면을 받고 당 소속 인사들이 하나둘 떠나는 난파선 신세나 다름없는데도 계파 간 책임 추궁으로 세월을 탕진하는 꼴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30일 당원게시판에서 윤 전 대통령 부부 등을 비방한 글의 작성자가 한동훈 전 대표 가족 5인 명의와 동일하다며 한 전 대표에게 책임이 있다는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가족이 당원게시판에 글을 쓴 것은 인정하면서도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이 조사 결과를 조작했다고 역공을 폈다. 동명이인인 한동훈 명의의 수위 높은 비방글을 가족 명의 글로 바꿔서 발표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 주변에선 “용서받지 못할 일”(김민수 최고위원) 등 한 전 대표를 비난하는 반응이 나오는 반면 친한계는 “장동혁 대표가 공작 정치 책임을 져야 한다”(김종혁 전 최고위원) 등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원게시판 논란이 계속되는 와중에 한 전 대표가 사실관계를 먼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된 측면이 있으나 당무위 결과가 왜곡됐다면 정적 제거 행위나 다름없다.
국민의힘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에 발탁된 이혜훈 전 의원에 격앙됐으나 당의 중진 인사가 미련 없이 떠나는 상황을 심각하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여권이 중도 보수로 외연을 확장하면 국민의힘의 보수 기반 자체가 와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추세대로 6월 지방선거가 치러지면 국민의힘이 대구경북(TK) 지역정당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 당의 존립이 기로에 서 있는데도 ‘당게’ 문제 하나 풀지 못하고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으니 혀를 차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