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열린 청문회에서는 고객정보 유출 사태를 대하는 쿠팡의 양면적인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주희 민주당 의원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는 중대 사고(Material Event)라고 공시해 놓고 정작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는 "일관된 입장을 취해왔다"며 "중대하지 않다고 답한 건 미국 법 기준"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공시를 한 이상 중대 사고임이 명백한데도 한국에서는 '경미한 유출'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 쏟아진 질타에 참지 않은 쿠팡…"이게 재밌냐" 항변하기도
로저스 대표는 고객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에 연속 항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문 위원들이 "바지사장이냐", "자료 제출 없이 왜 얼버무리냐" 등 비판을 쏟아내자 그는 "위원님은 이게 재미있냐", "왜 이렇게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등 날선 반응을 보였다.
자체 조사를 진행한 배경에 정부, 특히 국가정보원의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도 굽히지 않았다. 로저스 대표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 조사와 관련해 "민간기업과 정부기관의 성공적인 협력 사례"라며 셀프조사 논란을 정면 반박했다.
전날 국정원 측이 "명백한 허위"라고 밝혔지만 공식 입장을 바꾸지 않은 것이다. 이재걸 쿠팡 법무담당 부사장은 포렌식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에 국정원이 함께 하진 않았지만 회사가 발표한 용의자 진술 내용 등은 국정원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자체 조사 결과에 대한 세부 정보를 공유해 달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못했다. 쿠팡은 자체 조사를 통해 피의자가 보안 키를 탈취해 3300만개 계정에 접근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저장한 고객 정보는 3000개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황정아 민주당 의원이 "3000개 저장 계정에서 탈퇴 및 휴면 계정은 몇 개인가"라고 물었지만 로저스 대표는 "모른다"고 답했다.
◆ 배경훈 부총리 "자체조사 발표, 굉장히 의도적"…쿠팡에 ‘작심발언’
정부는 쿠팡이 자체적으로 조사를 추진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5일 범정부 태스크포스(TF) 발족이 있는 날 3000여개 유출만 있었다는 (쿠팡 측 자체 조사) 발표가 있었다"며 "굉장히 의도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사기관 조사에 비협조적인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배 부총리는 "쿠팡은 민관합동조사단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며 "160여건 자료를 요청했으나 50여건만 받은 상태이며 중요한 정보들은 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사단이 요청한 160여건 자료 중에는 로우데이터, 미국 보안업체 조사 결과, 모의해킹, 3년간 레드팀 운영 결과 등이 포함돼 있다. 배 부총리는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협조가 돼야 하는데 무엇이 두려워서 (자체 조사 결과를) 먼저 발표하고 보상안까지 발표했나"고 지적했다.
쿠팡 측 과실로 홈페이지 로그 데이터 등이 삭제된 점도 짚었다. 배 부총리는 "과기정통부는 침해 사고와 신고 접수 이후 11월19일 쿠팡에 자료 보전을 요구했지만 이후 접속 로그가 삭제되도록 방치해 5개월 규모 홈페이지 분량이 삭제된 것을 11월27일 확인했다"며 "이는 법 위반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배경으로 "조사에서 문제가 발견될 경우 일벌백계하겠다"고 경고했다.
◆ "CCTV 실시간 보고 받는 김범석"… 공정위, 영업정지 시사
노동자 과로사 의혹과 관련해서는 김 의장의 경영 개입을 입증할 문건이 공개됐다. 이용우 의원은 2020년 고(故) 장덕준 씨 사망 당시 김 의장에게 보고된 것으로 파악된 CCTV 분석 엑셀 파일과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 의원은 "김 의장이 영상 분석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정황이 뚜렷하다"고 주장했다.
박대준 전 쿠팡 대표는 "CCTV 분석 자체는 기억나지만, 메시지를 주고받은 기억은 없다"고 답했다. 로저스 대표는 "해당 문서는 계약 해지된 직원이 제공한 것으로 진위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압수수색을 포함한 강제수사를 통해 신속하고 엄중하게 수사하겠다"고 답했다.
김범석 의장의 실질적 책임을 묻는 질의가 제기됐지만 로저스 대표는 "정기적으로 사업 현안을 이사회 의장과 이사회에 보고·논의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이어 "질문을 해놓고 답변을 막는다면 증인 채택의 의미가 없다"며 "답변 기회를 달라"고 요구하면서도 책임론이 김 의장으로 확대되는 데 대해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공정위)은 쿠팡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대해 강력한 제재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 기업 이전보다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영업정지는 물론 집단소송제 도입 가능성도 시사했다.
한편 민주당은 김 의장을 핵심 증인으로 세우는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여당은 향후 국정조사에도 김 의장이 불출석할 경우 동행명령장 발부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책임을 묻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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