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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공무원의 안전은 누가 지키나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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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공무원의 안전은 누가 지키나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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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8일 오후 2시 1분께 대구 북구 노곡동 함지산에서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소방관들이 불을 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28일 오후 2시 1분께 대구 북구 노곡동 함지산에서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소방관들이 불을 끄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주 |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정부가 산업재해 사망 근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는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2026년 지역 중대재해 예방 사각지대 해소 사업’을 공모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재해 예방사업을 직접 기획·운영하도록 지원하는 재정사업이다. 지역의 위험을 가장 잘 아는 주체가 예방의 중심에 선다는 점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할 정책이다. 그동안 취약 노동자 지원사업이 적지 않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현장 변화를 만들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져 온 만큼, 이번 시도의 성패는 더욱 중요하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지역을 안다. 건조해지는 시기 어느 산자락에 산불이 나는지, 어느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반복되는지 알고 있다. 계절과 지형, 작업 방식에 따른 위험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해 온 이들이 공무원이다. 이들이 산업재해 예방의 주체로 나설 때 정책 효과는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의지나 역량이 아니라, 이러한 역할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제도적 조건이다.



공무원 재해 예방 연구와 공공 행정기관 산업보건 활동 경험을 종합해 보면, 현장에서는 “지원사업 예산이 가장 무섭다”는 말이 반복된다. 이는 지원을 거부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인력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만 늘어나는 구조에 대한 우려다. 공모사업은 단기간의 실적을 요구하지만, 담당 인력은 늘지 않는다. 그 결과 업무 부담은 누적되고, 보고서와 성과 지표를 채우는 일이 우선되면서 정작 위험을 줄이는 본래의 목적은 흐려지기 쉽다.



공무원 과로 문제는 이미 일상이다. 장시간 노동과 잦은 야근, 주말 근무가 반복되고 재난 상황이 겹치면 부담은 더욱 커진다. 산불이나 폭우가 발생하면 공무원들은 비상 대기와 현장 대응에 투입되지만, 이 과정에서 체계적인 안전보건 교육이나 보호는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다. 사고 위험이 큰 현장을 관리·감독하면서도, 자신의 안전은 개인의 책임으로 남겨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무원이라면 당연히 산업안전보건 교육을 받고 위험을 공식적으로 논의할 제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공무원은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에서 예외로 취급되어 왔고,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참여해 자신의 노동조건과 안전을 집단적으로 논의할 권리도 명확히 보장되어 있지 않다. 지역 산업재해 예방을 책임지는 주체이면서도, 자신의 안전은 제도 밖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는 공공 부문 안전정책의 분명한 모순이다.



지원사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이를 수행하는 공무원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사업의 성공과 공무원 과로·재해 예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에 달성해야 할 과제다. 공무원에게도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적용해 안전보건 관리체계와 교육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공무원의 안전보건을 전담할 인력과 조직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지원사업이 지역의 중대재해를 줄이는 것을 넘어, 공무원과 주민 모두가 안전해지는 구조를 만드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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