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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의 일본, 내 갈길 간다? 中 대만 포위 훈련에 '우려' 표명

프레시안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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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의 일본, 내 갈길 간다? 中 대만 포위 훈련에 '우려'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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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대만 유사시 자위대 출동을 시사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발언으로 촉발된 중일 간 갈등이 해를 넘겨 계속될 모양새다. 내년 1월로 예정돼 있던 일본 경제 대표단의 중국 방문이 연기됐는데, 이는 2012년 센카쿠 열도로 양국 갈등이 불거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31일 일본 아사히 TV는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과 일본상공회의소 등으로 구성된 '일중경제협회' 방문단이 내년 1월 20일 중국 수도 베이징과 하이난성 등 여러 도시를 방문하고 중국 지도부와 회담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이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소식통에 따르면 대표단은 중국 측에 방문 의사를 타진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해 종합적 검토 끝에 방문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배경을 전했다.

방송은 이번 연기 조치에 대해 "일본과 중국 간 관계가 냉각되면서 경제 교류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일간지 <요미우리 신문>은 "중국 측이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비상사태 대응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중국 정부 관계자들과의 회담이나 정부 기관과의 교류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이번 방문이 연기됐다고 했다.

일본 방송 TBS는 "쓰쓰이 요시노부(筒井義信) 게이단렌 회장이 11월 우장하오(吴江浩) 주일 중국 대사와 만나 경제 교류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등 예정대로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연기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방송은 "다카이치 총리의 11월 대만 발언 이후 두 달이 다 되어가는 가운데, 긴장된 정세는 계속되고 있어 중국 고위 관계자와의 회담이 언제 성사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아사히 TV에 따르면 일본의 경제대표단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 1975년부터 매년 중국을 방문해 왔다. 센카쿠 열도(尖角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싸고 양국 간 갈등이 첨예해졌던 2012년을 제외하고 매년 방문이 이어져왔으며, 내년이 48번째 방문이 될 예정이었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여파가 중일 간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대만에 대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포위하는 훈련을 한 데 대해서도 미국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31일 일본 <교도통신>은 일본 외무성이 지난 29~30일에 걸쳐 벌어진 중국의 훈련에 대해 우려를 전달하며 "대만 해협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는 입장이 담긴 성명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같은 입장은 지난 29일 중국에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중국의 훈련이 우려할만한 일이 아니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장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실시하는 훈련에 대해 "20년 동안 해상 훈련을 해왔다"며 "걱정할 것이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으로 인해 중일 간 갈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중국보다 동맹국들이 미국을 더 많이 이용했다면서 일본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 일본은 미국 정부에 실망감을 표명했으며, 자국에 더 많은 지지를 보내줄 것을 촉구했다고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현직 미국 및 일본 정부 관료들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은 일본을 비롯해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과 호주가 이번 훈련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을 두고 위선적 행태라고 반박했다.

<신화통신>은 린젠(林剑)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31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이들 국가와 기관들이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분리주의 세력의 무력 독립 시도와 중국 내정에 대한 외부 간섭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서, 중국이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위해 취하는 필수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무책임한 발언을 하고 진실을 왜곡하며 옳고 그름을 혼동하는 것은 극도로 위선적"이라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린젠 대변인은 "'하나의 중국' 원칙은 국제 사회의 보편적 합의이자 국제 관계의 기본 규범이며, 중국과 183개 외교 파트너 국가와의 관계를 위한 정치적 기반"이라며 일본과 호주, 유럽 국가들이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할 당시 이 원칙에 대한 정치적 약속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앞서 언급한 국가 및 기관들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격히 준수하고,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중단하며, '대만 독립' 분리주의 활동을 묵인하고 지원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29일 시작된 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31일 대만 해양순방서가 중국군함과 해경 선박이 대만 주변 해역에서 철수하고 있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7일 일본 수도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7일 일본 수도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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