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 소제동 인근 음식점의 두부 두루치기. |
자박하게 깔린 새빨간 양념과 쫄깃한 돼지고기, 흔히 ‘두루치기’ 하면 떠오르는 레시피다. 매콤달콤한 고기 몇 점이면 밥 한 공기는 금방 사라진다. 두루치기는 김치찌개, 제육볶음과 더불어 한식 밥상의 대표 돼지고기 반찬이라고 할 수 있다. 한데 대전에서는 고기 없는 두루치기가 익숙하다 한다. 고기 없이 말랑한 두부만 졸여낸 대전식 ‘두부 두루치기’다.
두부 두루치기는 만들기도, 먹기도 간단한 음식이다. 고추장 갖은양념, 두부, 약간의 채소와 버섯이 재료의 전부다. 고추 양념의 매운맛을 중화시켜 줄 고기의 지방이 없어 돼지고기 두루치기보다 매운맛이 다소 강하게 느껴진다.
생김새만 보면 타지에서도 흔히 먹는 두부조림과 유사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제법 다르다. 한번 부친 두부를 쓰는 두부조림과 다르게 생두부를 바로 양념에 졸여 식감이 부드럽다. 조림보다 양념이 넉넉하게 들어가 두부를 다 먹고도 양념이 남는 것이 보통이다. 이 양념에 칼국수 사리를 넣어 비벼먹는다. 대전 토박이들은 이 국수까지 완식해야 제대로 된 두부 두루치기를 먹었다고도 한다.
‘큰 밭’ 대전은 콩이 많이 나는 터라 두부 두루치기가 자연스레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전라도에서는 현재 전국적으로 가장 보편화된 돼지고기 볶음과 같은 두루치기가, 경상도에서는 전골처럼 국물이 더 많은 소고기 두루치기가 유래했다. 하지만 충청도에서만큼은 두부 두루치기가 두루치기 원형이다. 충남도청, 관사촌, 구청 등이 인접한 원도심 식당가에서 손님들에게 내준 술안주가 대전은 물론 충청도 전역으로 확산됐다고 전해진다. 1969년 문을 연 대흥동 진로집이 ‘원조’로 꼽히지만 현재는 대전 어느 지역을 가도 흔히 맛볼 수 있는 향토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대전=글·사진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