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매년 연말이면 어려운 이웃을 위해 거액의 성금을 놓고 사라지는 전북 전주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나타났습니다.
26년째 이어진 누적 기부액은 11억 원을 넘겼고, 성금은 7천 가구가 넘는 이웃에게 전달됐습니다.
엄승현 기자입니다.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전북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수화기 속 중년 남성은 "인근 식당에 상자를 뒀으니 좋은 곳에 써달라"고 말했습니다.
해마다 연말이면 찾아오는 이른바 '얼굴 없는 천사'였습니다.
<이병욱 / 전주시 노송주민센터 직원> "평소와 같이 그냥 민원 응대 전화인 줄 알고 전화를 받았는데요. 박스 위치 말씀해 주시면서 좋은 곳에 써달라고 그렇게 하고…"
'천사'가 두고 간 종이 상자에는 오만 원권 다발과 붉은색 돼지 저금통 등 현금 9,000여만 원이 담겨 있었습니다.
"2026년에는 좋은 일들만 있었으면 합니다.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도 잊지 않았습니다.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올해로 26년째 한결같이 이어졌고 누적 성금액은 27차례 걸쳐 총 11억 3,400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지난 2019년에는 성금 6천만 원이 도난당하는 일도 있었지만 기부는 계속됐습니다.
천사의 성금은 어려운 이웃에게 쌀과 연탄으로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으로 전달됐습니다.
주민들은 매년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해 나눔 행사를 열고 전주시는 '미래 유산'으로 천사를 뜻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채월선 / 전주시 노송동장> "매년 이렇게 얼굴 없는 천사가 찾아와 주셔서 너무 기쁘고요. 마지막까지 저희가 천사님을 기다렸었는데 진짜 한마음으로 오실 줄 알고…"
지난 2000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천사의 선행은 7천 가구가 넘는 이웃에게 따스함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엄승현입니다.
[영상취재 정경환]
#전주 #전주얼굴없는천사 #기부 #선행 #천사 #노송동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엄승현(esh@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