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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은둔형 외톨이 250만명, 국가 차원의 관심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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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은둔형 외톨이 250만명, 국가 차원의 관심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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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데이터처가 그제 발표한 ‘사회적 관심 계층의 생활특성 분석 결과’는 충격적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4.9%인 254만명이 한 달에 통화·문자를 하는 사람이 20명 미만이거나 교류 건수가 500회 미만인 교류저조층, 즉 ‘은둔형 외톨이’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이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인구·가구·취업 정보와 통신(SK텔레콤)·카드(신한카드)·신용정보(KCB)·방송(SK브로드밴드) 등 4개사의 가명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한 결과다. 분석 대상은 고령층, 청년층, 금융소외층, 교류저조층이다. 전국적으로 이른바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통계가 집계된 것은 처음이다. 교류저조층은 한 달 기준 통화·문자 발신 건수가 하위 약 10%(500건 미만)이면서, 연락하는 상대방이 하위 약 15%(20명 미만)인 집단을 뜻한다. 이들이 겪는 고립과 단절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구조적 위험임을 보여준다.

실태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교류저조층이 한 달에 전화나 문자를 주고받는 상대는 고작 11.3명에 불과했다. 전체 평균의 5분의 1 수준이다. 발신 통화는 월평균 35.3회로 하루 1.2회에 머물렀다. 이들의 취업 비율도 전체 평균(64%)을 한참 밑도는 26.2%에 그쳤고, 이마저도 상시 근로는 52.8%에 불과했다. 18세 인구의 12.9%는 최근 3년간 대출 및 신용카드 보유 이력이 없는 이른바 ‘신 파일러(thin filer)’로 불리는 금융소외층이었다. 취약한 경제적 기반이 외톨이 성향과 무관치 않다는 방증이다.

은둔형 외톨이는 개인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한국 사회에서 외톨이 문제는 청년층과 노년층 두 세대에서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년층은 취업·노동의 불안정과 학력·경쟁 중심사회에서 현실 참여를 미루는 성향이 커지고 있다. 노년층은 퇴직에 따른 심리적 상실감과 노후자금 부족에 따른 경제적 제약 등이 고립을 부추긴다.

은둔형 외톨이가 늘어나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자 사회적 손실이다. 은둔이 길어질수록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악화하고, 경제적 빈곤과 고립이 심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들이 사회로 복귀하도록 돕는 건 공동체를 지속시켜 나가야 할 국가와 지역사회의 책무다. 정부는 이번 결과를 보고도 단순히 실태를 파악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번 통계가 이들의 사회 복귀를 도울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의 마중물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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