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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산 함께 넘고···“우정은 잠시 내려놓자”···중국전 승리 이끈 ‘동지’, KBL에선 ‘적’ 전희철-조상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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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산 함께 넘고···“우정은 잠시 내려놓자”···중국전 승리 이끈 ‘동지’, KBL에선 ‘적’ 전희철-조상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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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트로피는 내 거 프로농구 SK 전희철 감독(오른쪽)과 LG 조상현 감독이 2025년을 마무리하며 함께 인터뷰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color@kyunghyang.com

저 트로피는 내 거 프로농구 SK 전희철 감독(오른쪽)과 LG 조상현 감독이 2025년을 마무리하며 함께 인터뷰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color@kyunghyang.com


듬직한 체구의 남자는 자신보다 한 뼘 큰 이에게 다가서더니 푹 안겼다.

“얼마 전까지 술잔을 나누던 형님이 이제 내일부터는 적이 됐네”라고 장난기 넘치게 말하는 그는 프로농구 창원 LG의 조상현 감독(49·아래 오른쪽). 그가 안긴 ‘형님’은 전희철 서울 SK 감독(52·왼쪽)이다.

현역 시절부터 코트에서 우정을 쌓아온 두 사람은 지도자가 되어 리그 최고를 다투다 최근 제대로 사고를 쳤다.

2027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 1라운드에서 임시 감독과 임시 코치로 국가대표팀을 맡아 ‘만리장성’ 중국을 상대로 연승을 거뒀다. 중국은 FIBA 랭킹 27위로 한국(56위)보다 몇수 위에 있다. 중국을 상대로 무려 12년 만에 거둔 연승이었다.

최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만난 두 감독은 “지금 생각해도 믿어지지 않는다. 솔직히 성적이 나쁘면 어떤 소리를 들어도 할 수 없다는 각오로 나갔던 대회다. 2025년이 정말 행복하게 끝났다”고 말했다. 농구대표팀이 후임을 찾지 못해 거의 강제로 지휘봉을 잠시 떠맡은 뒤 출발은 사실 매끄럽지 못했다. 소집 전 여준석(시애틀대), 유기상(LG), 송교창, 최준용(이상 부산 KCC) 등이 부상 등으로 낙마했다. 중국과 맞대결을 앞두고 열린 연습경기에선 안양 정관장에 14점 차로 대패했다. 훈련 기간조차 나흘에 불과했다. 중국을 상대로 큰 망신을 당할지 모른다는 전망도 있었다.

현역 시절부터 형·동생 ‘절친’
전 감독 큰 틀·조 감독 디테일
시너지 효과로 중국에 깜짝 승

프로농구선 LG·SK 호적수로
둘 다 “목표는 우승, 양보 없어”

그러나 한국은 지난달 28일 베이징 원정에서 중국을 80-76으로 눌렀고, 12월1일 원주로 불러들인 2차전에선 90-76으로 승리했다. 전 감독은 만리장성을 쓰러뜨린 비결을 단순함의 미학이라고 정의했다. 전 감독은 “지금 생각해보니 (연습경기 대패가) 약이 됐다. 이기려는 경기가 아니라 어떤 경기를 할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다. 우리가 너무 많은 걸 하려면 안 되겠구나 하는 걸 느꼈고, 심플하게 가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바로 3점슛과 속공이다. 중국은 저우치(212㎝), 후진추(210㎝), 장전린(208㎝), 쩡판보(207㎝) 등 장신 선수들이 즐비하다. 상대의 빈틈을 찌르는 양궁 농구를 펼치는 동시에 수비가 흔들리면 속공으로 파고들겠다는 구상이었다.


전 감독이 양궁 농구의 큰 틀을 짜면, 조 감독은 그 안의 디테일을 채웠다. 이현중(나가사키)을 살릴 수 있는 스크린 플레이와 관련된 패턴이 대표적이다. 전 감독은 “LG가 (슈터가) 스크린을 받는 패턴을 잘 쓰지 않으냐. 그 패턴 3개를 그대로 가져왔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때문에 우리가 쓰는 패턴이 다 외부로 노출됐다. 그래도 전 감독님의 스페이싱 농구를 다시 좀 배우긴 했다”고 말했다.

중국전 필승 전략이 완성될 때까지 고심을 거듭한 두 사람 앞에 쌓였던 술병이 몇병인지 모른다. 허리둘레가 손가락 한 마디는 늘어났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조 감독은 “반 년간 마실 술을 그 열흘 사이에 다 마셨다. 선수를 뽑을 때부터 시작해 원주에서 중국을 꺾고 헤어지는 다음날까지 매일 마셨다. 이젠 술을 마시면 관절이 붓는 걸 형님이 아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그래도 난 글라스, 조 감독은 (작은) 잔이었다”고 받아쳤다.

고뇌의 밤들은 명승부로 이어졌다. 한국은 중국에 한때 30점 차 이상으로 달아나는 놀라운 경기력을 보였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땐 마법 같은 타임으로 흐름을 바꿔놓았다. 전 감독과 조 감독이 한몸처럼 동시에 작전 시간을 요청한 장면은 팬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프로농구 SK 전희철 감독이 12일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경향신문/스포츠경향과 인터뷰 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프로농구 SK 전희철 감독이 12일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경향신문/스포츠경향과 인터뷰 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전 감독은 “코트에서 내 눈이 4개가 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코트에서 잡아내지 못한 문제점을 코치로 보좌한 조 감독이 대안까지 짚어주면서 매끄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는 얘기다. 전 감독은 “현중이가 지친 상황이었다. 감독의 시야가 없는 코치라면 현중이가 힘들다고 말하는 게 전부일 텐데, 조 감독은 달랐다. 현중이가 힘드니까 2분 쉬게 해주고, (안)영준이를 넣어달라고 말하더라. 이게 진짜 우리의 힘이었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코치가 힘이 날 때는 감독이 의견을 들어줄 때다. 정말 형님이 내 의견을 잘 받아주셨다”고 말했다.

한국의 선전은 중국에 큰 충격을 안겼다. 중국대표팀이 경기가 끝난 뒤 2시간가량 라커룸에서 나오지 않았을 정도다.

두 사람이 내려놓은 무거운 짐은 이제 라트비아 출신의 니콜라이스 마줄스 감독에게 넘어갔다. 중국을 상대로 2연승을 내달린 한국은 농구 월드컵 아시아 예선 B조 선두다. 한국은 내년 2월26일 대만, 3월1일 일본과 원정경기를 치른다. 전 감독은 “우리가 중국을 두 차례 이겼으니 월드컵 본선에 가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면서 “새 감독님이 한국에 오면 우리와 미팅을 잡아달라 부탁했다고 들었다. 우리가 훈련한 부분과 방향성에 대해선 얼마든지 말해줄 수 있다”고 했다.


두 감독이 대표팀을 떠나면서 내려놓아야 하는 또 한 가지는 우정이다. 다시 KBL 코트에서 적수로 마주하고 있다. 인터뷰 다음날 펼친 맞대결에선 SK가 77-55로 승리했다. 전 감독은 “마치 중국을 이긴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여전히 정규리그 선두는 조 감독의 LG다. 전 감독은 “LG가 1등이 아니면 누가 1등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프로농구 LG 조상현 감독이 12일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경향신문/스포츠경향과 인터뷰 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프로농구 LG 조상현 감독이 12일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경향신문/스포츠경향과 인터뷰 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조 감독은 거꾸로 전 감독의 SK를 경계했다. LG는 2024~2025시즌 정규리그 최단기 우승을 거둔 SK를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나 4승3패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조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에서 3경기를 먼저 이기면서 4경기 만에 우승하는 줄, 김칫국을 마셨다. 형님이 재미없으니 한 경기만 더 하자, 한 경기만 더 하자 하면서 따라오더라”고 말했다.

전 감독은 “LG와 포스트시즌 반대편에서 만나려면 2위 아니면 3위까지 올라가야 한다”면서 “2025년은 너무 힘들었다. (LG에 패배한) 챔피언결정전도 너무 아쉬웠다. 2026년에는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2025년은 나한테 너무나 행복한 해였는데, 내년에도 (형님에게 우승을 내주지 않고) 행복해지고 싶다”고 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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