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더불어민주당이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강선우 의원 측이 당시 후보였던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1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 보도와 관련, 강 의원에 대한 당 윤리감찰단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0일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 결과 브리핑에서 "강 의원에 대해 정청래 당대표가 윤리감찰단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김 시의원도 당연히 조사 과정에서 포함된다"며 "다만 김병기 전 원내대표는 별개"라고 했다. 그는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윤리감찰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날 사퇴한 김 전 원내대표의 후임자를 뽑을 선거를 다음달 11일 최고위원 보궐선거와 같은날 실시하기로 했다. 원내대표 당원투표는 1월 9일부터 사흘간, 의원단 투표는 선거일 당일 이뤄진다. 민주당은 지난 원내대표 선거부터 의원단 투표 외에 당원투표 결과를 20% 반영하고 있다.
박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정 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 "그동안 김 전 원내대표가 개혁입법 처리에 많은 성과를 낸 것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개인적 사안으로사퇴를 결단한 것이기에 잘 수습하고 헤쳐나가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전날 문화방송(MBC)는 2022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었던 강 의원이 김 시의원이 준 1억 원을 지역 보좌관이 받아 보관한 문제를 강 의원이 김 전 원내대표와 상의하는 내용의 녹취록을 입수, 보도했다.
▲국회에서 열린 2025년도 마지막 본회의인 12월 임시국회 3차 본회의에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 |
이 사안에 대해서는 범진보진영에서 비판과 진상규명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조국혁신당은 이날 대변인 논평에서 김 전 원내대표 사퇴에 대해 "만시지탄"이라며 "함께 거론된 강 의원도 책임있는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만일 강 의원이 장관이 된 뒤 이 일이 터졌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하다"고 지적했다.
조국혁신당은 "드러난 내용만 해도 충격적"이라며 "보통사람은 만져보기도 어려운 거액이 오가고, 지방의원 카드까지 썼다. 두 의원은 '의원실 갑질' 시비까지 휘말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안은 두 의원 비리 의혹에만 그치지 않는다"며 "내란 세력에게 반격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우려스럽다. 가방과 시계, 목걸이, 금거북이를 뇌물로 주고 받은 저들을 비난하기 어렵게 됐다"고 우려했다.
조국혁신당은 "무엇보다 대한민국 지방자치제를 크게 훼손했다. 독재 시대에나 있던 돈 공천이 웬말이냐"며 "즉시 반환했다고 하지만, 그런 문제를 일으킨 인사를 단독 공천해 결국 배지를 달게 했다"고 했다. 이들은 "그렇잖아도 최근 민주당 의원 2명이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로부터 후원금 500만원을 받은 일이 드러난 바 있다"며 "의원과 배우자가 지방의원을 집사처럼 부렸다는 의혹도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진보당도 대변인 논평에서 "김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과 강 의원의 1억 원 수수 의혹은 거대 정당 공천 시스템에 뿌리내린 구조적 부패를 여실히 드러냈다"며 "사실이라면 중대 범죄로 문제는 심각하다. 원내대표 사퇴만으로 덮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했다.
진보당은 "강 의원은 불법임을 인지해 반환을 지시했다고 주장하지만, 왜 이 중대한 사안을 당시 공천관리위원회에 공식적으로 보고하지 않았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강 의원을 비롯해 김 전 원내대표, 김 시의원 등 관련자 모두는 의원직을 내려놓고 수사에 철저히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김 전 원내대표 역시 공천 로비 의혹을 인지하고도 단수공천을 했다면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진보당은 "민주당은 자신들의 부패와 적폐가 내란 세력 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제마저 흐리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내란청산과 사회대개혁을 말하려면, 기득권 정치에 뿌리내린 부패와 적폐부터 단호히 도려내야 한다. 변명은 필요없다. 관련자들은 국민께 깊이 사죄하고 제대로 수사 받으라"고 했다.
원외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아예 지역위원회 명의로 강 의원과 김 시의원을 고발하고 나섰다. 정의당 서울 강서구위원회는 이날 강서경찰서에 이들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며 "강서구민의 정치적 권리를 침해한 중대 의혹"으로 이 사안을 규정하고 "공천이 금권 거래가 되는 순간, 피해자는 언제나 주민"이라고 일갈했다.
정의당은 이 사안에 대해 "강 의원 보좌관이 김 시의원으로부터 1억 원을 전달받았다는 정황이 녹취로 확인됐고, 이를 인지한 김병기 당시 공천관리위원회 간사가 묵인한 것"이라며 "이는 공천 절차가 금권에 오염된 중대한 공천 비리이며, 정치자금법 위반 등 중대 범죄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검찰과 경찰은 즉시 강선우·김병기·김경 및 관련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녹취 진위와 금품 흐름, 공천 과정 전모를 규명하라"며 "공천 대가 금품 수수가 확인되면 엄정히 처벌해야 한다. 민주당은 즉각 진상조사와 책임자 징계에 착수하고, 국민 앞에 사죄와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도 나섰다. 참여연대는 이날 "민주당, 2022년 지방선거 공천거래 의혹 명백히 밝혀야" 제하 성명서에서 "당시 민주당 공천관리위 간사를 맡은 김병기 의원이 금품 공여 사실을 알게 된 즉시 조치를 취했더라면 김경은 시의원이 되기는커녕 수사받았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공천 거래 의혹에 대한 수사가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공천 거래 의혹과 김병기 당시 간사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등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밝히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도 중요하지만, 불투명한 하향식 공천 시스템의 전면 개선과 거대 양당에 유리한 지방선거제도 개혁 없이는 근본적인 재발방지가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이날자 논평에서 "수사기관은 강 의원과 김 시의원의 공천 대가 금품수수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라"며 "수사기관은 자금의 출처, 실제 반환 여부와 시점, 전달 경로, 공천 대가성 여부를 한 치의 의혹 없이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강 의원은 수사의뢰 등 공적 절차를 검토하기보다는 금품 제공자의 연락과 그로 인한 상황적 압박을 동료 의원과 상의하는 데 치중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강 의원이 당시 사안의 성격과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며, 설령 보좌관의 독단적인 행위였다 해도 현직 국회의원으로서 보좌진 관리 책임과 선출직 공직자로서의 윤리적 책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김 전 원내대표 역시 관련 내용을 전달받은 뒤 '안 들은 것으로 하겠다'며 적절한 사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명확히 소명해야 할 것"이라며 "원내대표직 사퇴는 이 사안의 엄중함을 방증하는 것이나, 단순 사퇴는 국면 전환을 위한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지도부 사퇴로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당 차원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국민 앞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 단체는 "비리를 인지하고도 묵인한 김 전 원내대표와 금품수수 논란의 중심에 있는 강선우 의원을 즉각 제명하고, 당시 서울시당 공관위 심사 과정 전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자정론이 일고 있다. 민주당 소속 3선 의원들은 이날 회동에서 "불미스런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앞으로 당에서 좀더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당이 혁신할 수 있는 기회로 삼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위성곤 의원이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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