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연합뉴스TV 언론사 이미지

이란 화폐가치 추락에 분노한 민심…대규모 거리 시위

연합뉴스TV 권정상
원문보기

이란 화폐가치 추락에 분노한 민심…대규모 거리 시위

서울맑음 / -3.9 °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서방의 제재 여파로 이란 리알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폭락하자 주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에 나섰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현지시간 29일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 리알화 환율은 전날 달러당 142만 리알까지 치솟은 데 이어 이날도 달러당 139만 리알로 고공행진을 이어갔습니다.

1년 전 달러당 82만 리알 수준이었던 환율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서방의 대이란 제재 압박이 거세지면서 올해 4월 달러당 100만 리알을 돌파한 데 이어 평가절하 속도가 빨라지는 양상입니다.

지난 2015년 이란과 미국 등 서방 간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가 타결됐을 때 달러당 3만 2천 리알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10년 만에 화폐 가치가 44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것입니다.

리알화 가치가 추락한 여파로 2022년 12월 취임한 모하마드 레자 파르진 중앙은행 총재가 사퇴한 가운데 가뜩이나 고물가에 시달려온 주민들은 이날 수도 테헤란을 포함한 주요 도시에서 규탄 시위를 벌였습니다.

상인들이 중심이 된 시위대는 정부의 환율 시장 개입과 함께 투명한 경제 전략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시위대는 특히 물가 변동 때문에 수입품 판매가 마비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장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토로했습니다.

리알화 환율 폭등이 촉발한 이번 시위는 이른바 '히잡 반대' 시위 이후 3년 만에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고 AP통신은 전했습니다.

이란에서는 2022년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붙잡혀갔다가 의문사한 것이 도화선이 돼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고, 당국의 유혈 진압으로 수백 명이 숨졌습니다.


이번 거리 시위를 주도한 상인들과 점주들은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에도 핵심적 역할을 한 계층입니다.

이날 테헤란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쏘기도 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습니다.

이란 중부 이스파한, 남부 시라즈 등 주요 도시에서도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기 위해 역량을 다할 수 있도록 내무부가 시위대 대표단과 대화를 통해 정당한 요구를 청취할 것을 지시했다"라고 밝힌 것으로 관영 IRNA 통신이 전했습니다.

이란에서는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 같은 달 대비 42.2%에 달할 정도로 살인적인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12월 식료품 가격은 1년 전보다 72%, 건강의료 품목은 50% 뛰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란 당국이 새해 3월부터 세금을 인상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흘러나온 것도 민심을 악화시켰습니다.

지난 6월 이스라엘과 벌인, 이른바 '12일 전쟁'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 봉착한 이런 상황은 이란 지도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논평했습니다.

#이란 #화폐가치 #리알화 #시위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권정상(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