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통역기 사용하라' 국회 청문위원들 요구에
"내 통역사 쓰겠다… 비정상적·이의 제기" 반발
고성 답변에 "그만합시다"… 책상 두드리기까지
'맹탕 청문회'에 이어 이번엔 '적반하장 청문회'였다. 지난 17일 국회 청문회에서 '한국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동문서답 논란을 일으켰던 해럴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는 30일 청문회에선 아예 수차례 목소리를 높이거나 불쾌감을 대놓고 내비쳤다. 특히 통역 문제를 두고 청문위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로저스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약 2주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그는 쿠팡 가입자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과 자체 조사 결과를 둘러싼 의문, 일용직 노동자 과로사 은폐 의혹 등을 제기하는 위원들의 추궁에 영어로 답변했다.
하지만 진행은 원활하지 않았다. 일단 통역에서부터 신경전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장은 로저스 대표에게 "(국회에서 준비한) 동시통역기를 사용하라"고 주문했다. "(지난번에 쿠팡에서 데려온) 저 통역사분이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쿠팡에 유리하도록) 윤색해서 통역했기 때문에 저희가 동시통역까지 준비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내 통역사 쓰겠다… 비정상적·이의 제기" 반발
고성 답변에 "그만합시다"… 책상 두드리기까지
해럴드 로저스(앞줄 오른쪽) 쿠팡 임시대표가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연석 청문회에 출석해 '동시 통역기를 사용하라'는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요구에 반발하고 있다. 민경석 기자 |
'맹탕 청문회'에 이어 이번엔 '적반하장 청문회'였다. 지난 17일 국회 청문회에서 '한국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동문서답 논란을 일으켰던 해럴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는 30일 청문회에선 아예 수차례 목소리를 높이거나 불쾌감을 대놓고 내비쳤다. 특히 통역 문제를 두고 청문위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국회 "지난번 쿠팡 통역사, 핵심 내용 윤색"
로저스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약 2주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그는 쿠팡 가입자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과 자체 조사 결과를 둘러싼 의문, 일용직 노동자 과로사 은폐 의혹 등을 제기하는 위원들의 추궁에 영어로 답변했다.
하지만 진행은 원활하지 않았다. 일단 통역에서부터 신경전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장은 로저스 대표에게 "(국회에서 준비한) 동시통역기를 사용하라"고 주문했다. "(지난번에 쿠팡에서 데려온) 저 통역사분이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쿠팡에 유리하도록) 윤색해서 통역했기 때문에 저희가 동시통역까지 준비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로저스 대표는 반발했다. 그는 "저는 제 통역사를 쓰겠다'고 고집했다. 또 "통역사 대동을 허락받았고 유능하다고 생각한다"고도 주장했다. 국회 요구에 순순히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였다.
해럴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가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연석 청문회에 출석해 동시통역기를 귀에 부착한 채 답변하고 있다. 민경석 기자 |
청문위원들도 물러서지 않았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로저스 대표가 대단히 착각하고 있다"며 "증인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하는 이야기를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따라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어 "동시통역기를 착용하고 나서 본인 통역사에게 부가적 도움을 받든지, 그건 알아서 하라"고 쏘아붙였다.
로저스 대표는 "정상적이지 않다"며 다시 맞섰다. 심지어 "이의 제기를 하고 싶다"고도 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동시통역기 착용 후 발언을 이어갔다.
"한국말 모르는 사람을… 김범석, 장난질하나"
앞선 청문회에서의 쿠팡 측 통역도 도마에 올랐다. 최 위원장이 "저번에 중소 상공인에 대한 대출금 이자 관련 질문이 있었다. 로저스 대표가 '로이스트 레이트(lowest rate·최저 이율)'라고 했는데, 그때 어떻게 통역했느냐"고 묻자, 쿠팡 측 통역사는 "'낮은 편에 속한다'고 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했다. 그렇게 통역하면 안 된다. 윤색해서 통역하시면 곤란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로저스 대표는 이날 방어적·반복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예, 아니오' 식 단답을 요구하는 청문위원들 질문을 끊고 수차례 고성 답변을 하는가 하면, "그만합시다(Enough)"라며 노골적으로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책상을 손가락으로 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대화가 안 된다" "답변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한다" 등 질타를 가했고, 결국 "김범석씨는 왜 한국말의 함의를 모르는 사람을 내세워서 이런 장난질을 하나"라며 쿠팡 실질적 지배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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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