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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데이터와 달 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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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데이터와 달 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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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 면직안 재가
1961년 5월,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미 의회 특별 연설에서 역사적인 선언을 한다. "10년이 지나기 전에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고 안전하게 지구로 귀환시키겠다." 당시의 기술력으로 미루어 볼 때 이는 무모한 도전에 가까웠다. 그러나 케네디는 단호했다. 달 탐사를 선택한 이유는 그것이 쉬워서가 아니라 '어렵기' 때문이며, 이 도전이 국가의 역량을 결집하고 기술적 우위를 증명할 최고의 기회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8년 후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첫 발을 디디며 인류사의 물줄기를 돌려놓았다. 사람을 달로 보내겠다는 말은 한 나라의 상상력을 끌어올리고 희망을 깨우는 불씨였다.

'데이터 생태계의 완성'은 우리가 도달해야 할 '달'과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누구나 그 가치를 알고 있었지만, 오랜 시간 손끝에 닿지 않았던 목표 지점. 그간의 관행을 깨고 파편화된 데이터를 모아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은 수준으로 만드는 정교한 설계를 필요로 한다. 경쟁력 있는 자산으로서의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제도, 기술, 신뢰 등 모든 차원의 바퀴가 동시에 원활하게 작동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여 년간 통계 행정의 현장을 거쳐온 필자에게 올해의 조직 변화는 깊은 울림이 있다. 과거의 통계청이 경제·사회 변화를 정확히 기록하는 '사관의 역할'에 집중했다면, 이제 국가데이터처는 흩어진 데이터를 엮어 미래의 길을 찾아내는 '내비게이터'로서의 소명을 부여받았다. "데이터를 단순히 수집할 것인가, 아니면 국가 경쟁력을 견인할 전략적 자산으로 전환할 것인가." 이 묵직한 질문에 대한 답이 향후 산업, 일자리, 복지 등 국민 삶을 그려 나갈 지도가 될 것이다. 거대한 데이터의 패턴 속에서, 또는 데이터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비로소 보이지 않던 미래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구체적인 목표가 없는 비전은 공허한 수사에 그친다. 우주 강국이라는 추상적 비전이 아니라 달 착륙이라는 명확한 목표 아래 물리학과 공학의 정수를 결집했듯, 데이터처 역시 치밀한 전략을 정립해 나가고 있다. 먼저 '국가데이터기본법' 제정을 통해 부처 간 장벽을 허물고, 범정부 차원의 데이터 연계와 활용을 확대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를 확립할 것이다. 이는 각 기관의 다양한 데이터를 서로 연결할 수 있는 '제도적 고속도로'를 놓는 작업이자, 데이터 강국으로 가기 위한 핵심 기반이다.

동시에 '기술'과 '신뢰'라는 엔진도 장착한다. AI가 기존 텍스트 위주에서 정형화된 통계표도 찾아 읽을 수 있는(AI-readable) 메타데이터를 구축해 정확한 통계를 이용자에게 서비스하도록 할 것이다.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를 더욱 확고히 가동하고, '쓸 수 있는' 데이터가 많도록 품질을 관리할 방침이다. 가장 안전하면서도 가장 쓰기 편한 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 그것이 2026년과 다가올 미래에 국민 여러분께서 국가데이터처에 주신 과업이라 생각한다.

[안형준 국가데이터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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