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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구 위기, 컨트롤타워부터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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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구 위기, 컨트롤타워부터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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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 면직안 재가
얼마 전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대한민국 인구비전 2100'을 선포했다. 50여 명의 민간 전문가가 모여 '2100년 대한민국 총인구 3000만명, 합계출산율 2.1명 회복'을 국가 생존 목표로 선언하고 청년, 여성, 고령, 다문화 4대 분야별 목표와 실천 전략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민간이 국가 존립을 위해 독립운동가의 심정으로 목소리를 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2024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전년보다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인구 대체 수준인 2.1명에 크게 못 미친다. 향후 5년은 대한민국 인구 위기 대응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그런데 정작 이 중요한 시점을 책임질 정부의 컨트롤타워는 지금도 준비조차 되지 않았다.

정부는 2005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수립 이후 저출산 예산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가족 지원에 투입되는 예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4%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물론 인구 문제는 예산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행정 시스템이 중요하다. 현재 인구 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은 위원회 수준에 머물러 실효성이 떨어지고, 청와대 인구정책비서관 자리는 수개월째 공석이다. 보건복지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에 흩어져 있는 예산은 각자의 논리로 집행되고 있으며 이를 총괄할 컨트롤타워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인구전략위원회'로 확대·개편하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개편된 인구전략위에는 예산 사전심의 권한이 부여된다고 한다. 그러나 심의권은 의견을 제출하는 권한일 뿐이다. 각 부처에서 파견되는 인원으로 구성되는 위원회의 성격과 위상으로는 관련 부처를 컨트롤하기 어려우므로 이보다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당장 정부 조직 개편이 어렵다면 우선 기획재정부가 인구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재부에는 예산 기획과 조정에 관한 인력과 경험이 축적돼 있어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인구 관련 예산을 효율적으로 통합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할 수 있다. 인구 문제는 복지 차원을 넘어 경제 성장과 국가 존립을 좌우하는 과제인 만큼 국가 재정을 총괄해 본 경험이 있는 기재부가 예산의 기획·조정 권한을 직접 행사하는 것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현실적 방안이 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약 1000만명의 생산가능인구가 사라질 전망이다. 이는 세수 감소와 재정 악화로 직결되며 우리 사회에 감당하기 어려운 부양 부담을 가져올 것이다. 지금은 일하는 사람 100명이 29명의 노인을 부양하지만 2066년부터 100명 이상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인구 정책은 경제 정책의 핵심이자 재정 정책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향후 5년이라는 골든타임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예산 심의권이 아닌 실질적인 기획·조정 권한을 가진 부처가 필요하다.

[김종훈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회장·한미글로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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