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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은트코인’ 출렁…은값 폭등·폭락에 개인투자자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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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은트코인’ 출렁…은값 폭등·폭락에 개인투자자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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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종로구의 귀금속 전문점에 은 제품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의 귀금속 전문점에 은 제품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28일 중고거래 어플리케이션(앱)으로 은수저 세트를 사려던 A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전날밤에 예약금까지 송금했는데 판매자는 다음날 아침 거래를 하려 하자 “밤사이 은값이 올랐다”며 추가 금액을 요구했다. A씨가 항의하자 판매자는 “시세가 올라 팔지 않겠다”며 결국 거래를 파기했다. A씨는 “어이가 없었다. 반대로 은값이 밤새 떨어졌다면 가격을 깎아줬을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김모씨(56)는 30일 이른바 ‘진상 손님’을 겪었다. 전날 가게에 찾아온 한 노인이 실버바를 사갔는데 이날 아침 찾아와 큰소리로 따지며 환불을 요구했다고 했다. 김씨는 “‘요새 은값이 많이 오르고 있긴 하다’고만 말했는데 할아버지가 ‘왜 오를 것처럼 말해서 내가 사게 했냐’면서 전날 사간 실버바를 물러달라고 해서 난감했다”고 말했다. 은 가격은 원래 변동폭이 크고, 실물을 보유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다시 오를 수 있다고 설명해 돌려보냈지만 하루 사이에 출렁이는 가격에 김씨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처럼 국제 은 가격이 연일 급등·급락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자 투자자와 실물 거래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가격 흐름이 비트코인처럼 요동친다며 ‘은트코인’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은 가격은 연초 대비 140~182% 폭등하며 온스당 84달러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요가 몰리면서 은은 한때 시가총액 기준으로 엔비디아를 제치고 자산 랭킹에서 세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물 거래 시장도 들썩였다. 김씨는 “최근엔 금보다 은 매도·매수 문의가 많다”며 “집에 보관해 두던 은수저 세트를 들고 와 파는 사람도 있고, 은 구매를 문의하는 손님도 많다”고 말했다. 또 “금보다 은값 상승폭이 더 가파르다 보니 금을 일부 팔고 그 돈으로 은을 사 간 손님도 있었다”고 했다. 은 수요가 몰리면서 한국금거래소에서는 실버바 주문이 폭주해 4개월 이상 대기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중고거래 플랫폼에도 실버바 판매 글이 급증했다.

은은 대부분 구리·아연 채굴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돼기에 수요가 늘었다고 공급을 늘이기 어렵다. 최근엔 반도체 등 장비에 은 사용량이 늘어 더 올랐고, 여기에 투기적 매수까지 더해졌다.

고공행진하던 은 가격은 지난 29일 급락세로 돌아섰다. 급락의 원인으로는 차익 실현 매도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증거금 인상이 꼽혔다. 오른 만큼 대거 팔면서 이익 실현에 나선 것이다.


가격 급변에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한 투자자는 지난 29일 온라인 투자 카페에 “은은 어쩔 수 없이 들고 있다가 폭등해서 저도 어리둥절하다”고 썼다. 반면 지모씨(52)는 “내년 초까지도 은 가격이 오를 거라는 전망이 있어서 3일 전 어머니가 은수저를 판다고 한 걸 극구 말렸는데,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팔걸 그랬다”며 아쉬워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믿음이 부족한 투자자들을 털고 가는 과정”이라며 이른바 ‘실버 사나이 테스트’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클수록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 경기 침체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처럼 투기적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는 급격한 가격 조정이 재차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변동성 확대 위험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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