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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가 머스크 회사에 있는데”…19억 챙긴 ‘가짜 미녀 사기단’

동아일보 천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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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가 머스크 회사에 있는데”…19억 챙긴 ‘가짜 미녀 사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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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거점 스캠 조직 13명 검거

‘재력과 미모 겸비’ 과시하며 접근

허위 스페이스X 앱에 투자 유도
캄보디아 거점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공유한 로맨스스캠 및 투자 사기 요령. 서울동부지검 제공

캄보디아 거점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공유한 로맨스스캠 및 투자 사기 요령. 서울동부지검 제공


캄보디아에 거점을 두고 재력 있는 미녀 행세를 하며 로맨스 스캠과 투자 사기로 약 20억 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조직이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이 내건 미끼는 다름 아닌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였다.

30일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은 범죄단체 가입·활동 및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범죄단체 조직원 11명을 구속 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합수단에 따르면 이 조직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중국인 총책의 지휘 아래 움직였다. 이들의 수법은 치밀했다. 조직원들은 먼저 재력과 미모를 갖춘 젊은 여성으로 가장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부를 과시하며 환심을 산 뒤 본색을 드러냈다.

핵심 미끼는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에 투자하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거짓말이었다. 이들은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가상의 여성 신상정보는 물론, 전송할 사진과 구체적인 대화 대본까지 미리 준비해뒀다. 피해자들이 넘어가면 이들이 만든 허위 스페이스X 휴대전화 앱에 투자금을 넣도록 유도했다.

이런 방식으로 이들이 피해자로부터 가로챈 금액만 약 19억3000만 원에 달한다. 편취한 범죄수익은 스테이블코인(테더코인)이나 달러로 받아 원화로 환전해 나눠 가졌다.

조직원들은 붙잡히자 하나같이 “취업 사기에 속아 캄보디아로 끌려왔고, 감금과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범행에 가담했다”며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이었다. 합수단이 확보한 조직원들 간의 메신저 대화 내용에는 이들이 수당 등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합수단은 “범죄수익을 얻기 위해 고의로 범행에 가담했고 준비된 대본과 가짜 앱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철저히 기망한 만큼 죄책이 매우 중하다”며 “가담 기간과 상관없이 단 1명도 빠져나갈 수 없도록 철저한 수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합수단은 조직원 20명 가운데 검거되지 않은 7명을 추적 중이다.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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