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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깊숙이 스며든 … AI와 동행하는 나를 성찰하다

매일경제 정유정 기자(utoori@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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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깊숙이 스며든 … AI와 동행하는 나를 성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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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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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인간의 동료가 되고, 알고리즘이 우리의 선택을 예측하며, 디지털 경험이 직접 체험을 대신하는 시대. 우리는 지금 '나'라는 존재를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기계와 협업하는 나, 데이터로 분석되는 나, 기술로 매개되는 나. 기술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묻고,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적 사고를 모색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2025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책을 통해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보자.

듀얼 브레인

AI는 이미 업무 현장의 기본 도구가 됐다. 회의록을 정리하고 자료를 요약하며, 기획안 문장을 다듬는 일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기술 도입 여부를 따지는 단계는 지났다. 다만 무엇을 기계에 맡기고 무엇을 인간이 끝까지 붙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듀얼 브레인'은 AI를 위협이나 구원으로 단순화하지 않고, 함께 일하는 존재로 전제한 뒤 판단의 기준을 세운다.

타임지가 선정한 'AI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인 이선 몰릭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부교수는 AI로 인해 업무에는 큰 변화가 있겠지만, 직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경영대학원 교수답게 직업의 영역을 업무와 시스템으로 구분하고, 각 영역에 AI가 미칠 영향을 깊이 있게 분석한다. 여기에 생성형 AI가 지닌 특성과 한계를 접목해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이를 통해 통찰을 제공한다. 단기적으로는 업무에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고용 자체에는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예측이다.

AI를 업무에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도 제시한다. 이른바 '켄타우로스'와 '사이보그' 방식이다. 켄타우로스는 내가 할 일과 AI가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하는 분업 시스템이고, 사이보그는 AI와 한 몸이 된 듯 업무를 공동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뜻한다. 저자는 이 같은 방법이 어떻게 이뤄지고, 또 이때 무엇을 신경 써야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지 실용적인 관점에서 AI를 분석한다.

저자는 AI라는 동료와 함께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안내한다. 챗GPT를 비롯한 대형언어모델(LLM)의 특징과 한계에 관해 명확히 알려주고, AI를 실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원칙과 방법을 설명한다. 그리고 AI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전문적인 시각에서 분석한다. 이선 몰릭 지음, 신동숙 옮김, 상상스퀘어 펴냄.


기계는 왜 학습하는가

AI는 스스로 판단하는 존재처럼 보인다. 질문에 답하고 이미지를 해석하며, 인간의 선택지를 제안한다. 그러나 '기계는 왜 학습하는가'는 이 같은 인식을 차분히 걷어낸다. '기계가 학습한다'는 표현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작동 원리와 한계를 수학적 관점에서 짚는다. AI를 신비화하는 대신 이해 가능한 대상으로 끌어내리는 시도다. 저자인 과학저술가 아닐 아난타스와미는 오늘날의 AI를 있게 한 알고리즘을 구성하는 핵심 수학을 상세하게 살펴봄으로써 기계 안에서 어떤 과정이 작동하고 있는지를 선명하게 제시한다.

책은 현대 AI의 출발점인 퍼셉트론에서 시작해 심층 신경망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따라간다. 여기서 드러나는 사실은 의외로 단순하다. AI를 떠받치는 핵심은 최첨단 기술이 아니라 선형대수, 미적분, 확률처럼 오래된 수학 개념이라는 점이다. 기계 학습이라는 방대한 분야에서 구사하는 알고리즘의 기본 원리는 고등학교나 대학교 저학년 때 배우는 수학이다. 비교적 단순한 개념을 이해하면서 수학과 친숙해진 뒤에는 조금씩 단계를 끌어올려 오늘날 기계 학습 시스템을 떠받치는 전문적인 수학 원리와 알고리즘을 살펴본다.


저자는 경사 하강법, 최근린법, 커널 수법, 역전파 알고리즘 등도 차례로 소개한다. 각각의 방법은 이전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했다. 중요한 것은 알고리즘의 정교함보다 선택의 맥락이다. 어떤 데이터를 쓰고, 무엇을 목표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AI의 판단이 언제 취약해지는지도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기술을 둘러싼 논쟁이 감정적으로 흐르기 쉬운 시대다. 이 책은 그 논의를 다시 원리로 돌려놓는다. AI를 이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기대와 공포를 내려놓고, 무엇이 작동하고 무엇이 작동하지 않는지를 구분하는 일이다. 책은 AI를 움직이는 핵심 수학 개념과 원리를 소개해 현재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AI를 보다 선명하게 이해하게 한다. 아닐 아난타스와미 지음, 노승영 옮김, 까치 펴냄.

경험의 멸종


기술은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많은 경험을 대체했다. '경험의 멸종'은 이 변화가 인간의 사고와 감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추적한다. 대면 소통, 길 찾기, 기다림, 손으로 쓰는 행위처럼 한때 인간의 조건으로 여겨졌던 경험들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 책의 저자이자 문화 비평가, 역사학자인 크리스틴 로젠이 주목하는 것은 기술이 제공하는 '매끄러운 경험'이다. 실패 가능성이 제거되고, 최적화된 선택지만 남은 환경은 사용자를 안심시키지만 사고의 여지를 줄인다. 여행은 풍경을 마주하는 일이 아니라 기록을 남기는 이벤트가 되고, 독서는 읽는 과정 대신 요약 결과를 소비하는 행위로 바뀐다. 경험은 겪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이동한다.

동시에 우리의 일상은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의 터전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챗GPT에 문서 요약을 맡기고, 비대면 미팅 플랫폼을 통해 소통하며, 소셜미디어에 실시간으로 일상을 업로드한다. 현실과 디지털의 경계는 이미 무너졌으며, 이제는 기술로 매개된 경험이 인간의 직접 경험을 대체해 나가고 있다.

저자는 이 현상을 개인의 선택 문제로만 돌리지 않는다. 플랫폼 설계와 기업의 이윤 구조, 사회적 규범이 함께 작동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기술로 매개된 경험이 직접 경험보다 우선시되면서 공공의 감각과 공동체적 규범도 약화된다. 사람들은 더 안전해졌지만, 동시에 타인을 이해하고 갈등을 감내하는 능력은 떨어진다. 기술로 매개된 가상의 커뮤니티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물리적 실제인 공공 영역에서 지켜야 할 규범에 둔감해지며, 타인과 교류하는 능력을 더욱 상실하게 된다.

저자는 기술에 영향을 받는 모두가 집단적으로 이 문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공동체 의식을 회복해야 하며, 멸종의 시대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이에 저항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크리스틴 로젠 지음, 이영래 옮김, 어크로스 펴냄.

세스 고딘의 전략 수업

세계적인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은 지난 30여 년간 전통적인 마케팅 방식에서 벗어나 창의성, 고객 중심의 접근을 강조하는 선구적 관점을 전달하며 현대 비즈니스를 혁신하는 전략가로 우뚝 섰다. 인터넷 초기에 그가 설립한 기업 요요다인은 온라인 마케팅의 방향성과 방법론을 처음 제시하고 온라인 상거래의 문을 열었다.

AI의 등장으로 산업 생태계가 숨 가쁘게 바뀌고 있는 시대에 세스 고딘은 전략이라는 실용적 접근법을 통해 우리의 삶과 비즈니스에 적용해야 할 것을 알려준다. 고딘은 전략을 단기 성과를 끌어올리는 기술이 아닌, 시간이 지나도 유지되는 방향성으로 설명한다. 즉각적인 반응이나 경쟁자의 움직임에 맞서기보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는 일이 먼저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더 빨리 움직이기보다 다르게 움직일 것을 요구한다.

저자는 전략을 네 가지 요소로 풀어낸다. 시간, 게임, 공감, 시스템이다. 시간은 선택이 축적되는 힘이다. 방향이 분명하면 작은 결정도 시간이 흐르며 영향력을 키운다. 게임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규칙의 장이다. 시장과 조직은 이미 관성이 작동하는 게임이며, 전략은 그 안에서 어디에 설 것인지를 정하는 과정이다. 공감은 상대를 이해하려 애쓰라는 조언이 아니다. 타인은 나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삼는 태도다. 이 전제를 받아들일 때 설득과 협업의 방식이 달라진다. 시스템은 개인의 의지보다 강력하다. 반복을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가 있어야 전략은 작동한다. 좋은 전략은 사람을 설득하지 않아도 선택이 이어지게 만든다.

이 책은 대규모 성공 사례를 나열하지 않는다. 그 대신 작은 집단에서 밀도를 쌓는 방식을 강조한다. 한 번에 시장을 장악하려 하기보다 신뢰와 반복을 축적해 영향력을 넓히라는 조언이다. 이는 비즈니스뿐 아니라 커리어 선택, 조직 운영, 관계 설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세스 고딘 지음, 안진환 옮김, 쌤앤파커스 펴냄.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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