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전자신문 언론사 이미지

[ET단상]AI는 대기업만의 무기가 아니다

전자신문
원문보기

[ET단상]AI는 대기업만의 무기가 아니다

속보
이 대통령,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 면직안 재가
퍼 스테니우스 레달 창립자 겸 대표

퍼 스테니우스 레달 창립자 겸 대표

한국이 2030년까지 세계적인 인공지능(AI)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면서, 산업 전반의 AI 도입률을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 AI 도입률이 낮은 상황을 감안해, 일부 정책 목표는 보다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되고 있다. 예를 들어,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중소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한 AI 전환 전략을 발표하며, 향후 5년 내 AI 도입률을 1%에서 1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국 경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며, 전체 고용의 81%, 수출의 약 40%가 중소기업에서 나온다. 이들 기업의 변화는 국가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AI가 더 이상 신기술이 아닌 산업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 중소기업 경영진에게 AI 도입은 국가 성장에 기여하는 선택이자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 요건이 되고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중소기업이 AI 도입을 주저하지 않고 실제 성과로 이어갈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한국의 중소기업·스타트업들과 협력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진에게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접근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많은 기업이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 중 하나는 AI 플랫폼이나 솔루션 업체 선정부터 서두르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경영진과 조직이 AI에 대한 기본적인 감각과 이해를 먼저 갖추는 것이다. 이메일 문구 수정이나 회의 안건 정리처럼 부담이 적은 업무에 AI를 직접 활용해 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길 권한다.

AI를 사용할 때 요청 사항은 최대한 구체적으로 전달하고, 결과물의 사실관계와 논리를 점검하며, 필요하다면 답변을 보완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경험이 쌓이면 실제 업무에서 AI를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 기밀 정보는 어느 수준까지 다뤄도 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 같은 기초가 마련돼야 조직 차원의 체계적인 활용으로도 무리 없이 확장할 수 있다.

다음 단계는 이미 업무가 이뤄지고 있는 환경 안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미 비공식적으로 AI를 사용해 온 팀이 있다면 그 경험을 살리고, 현재 사용하는 오피스와 협업 도구에 내장된 AI 기능부터 적극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 제안서와 견적서 작성, 고객 응대 문안 작성, 회의 메모를 업무 절차나 체크리스트로 정리하는 등 반복적이고 텍스트 중심적인 업무가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업무를 구조화하고, 역할과 마감일이 명확해져 프로젝트 지연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몇 가지 핵심 지표를 설정해 성과를 관리하면 AI 활용은 단순한 실험을 넘어 실제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진다.


AI 활용이 조직 전반으로 확산하기 시작하면, 최소한의 운영 기준도 필요해진다. 각 팀이 각기 다른 도구를 선택하기보다는, 핵심 업무에 필요한 소수의 도구를 중심으로 표준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AI에 입력할 수 있는 데이터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산출물에 대한 최종 책임은 담당자에게 있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실제로 성과를 낸 구성원에겐 효과적인 프롬프트를 공유하거나, 짧은 내부 세션을 통해 경험을 확산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러한 수준의 거버넌스는 실험과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불필요한 리스크를 줄여준다.

다음 단계에선 AI를 기업의 핵심 데이터와 주요 업무 흐름에 보다 밀접하게 접목해야 한다. 고객·제품·운영과 관련된 핵심 정보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우선순위가 높은 몇 가지 활용 사례부터 AI가 실제 가치를 만들도록 설계해야 한다. AI 활용 역량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AI는 채용과 인재 육성 과정 전반에도 자연스럽게 활용되며, 그 효과가 점차 축적된다. 이 시점에서 AI는 단순한 업무 도구를 넘어 조직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이자, 다른 기업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경쟁 자산이 된다.

이들 AI 도구를 담당자와 피드백 체계를 갖춘 소규모 제품처럼 관리해야 한다. 현장 직원들이 효과와 한계를 공유하고, 그 결과가 신속한 개선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할 때, AI는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기업이 학습하는 방식의 일부로 자리 잡게 된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들 또한 신속하고 신뢰도 높은 맞춤형 성과를 구현할 수 있으며, 이는 개별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뿐 아니라 동시에 한국의 AI 전환이 진정으로 폭넓고 포용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퍼 스테니우스(Per Stenius) 레달(Reddal) 창립자 겸 대표 per.stenius@reddal.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