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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중일 얽힌 안중근 유해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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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중일 얽힌 안중근 유해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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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 면직안 재가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안중근 의사 초상화. 한국일보 자료사진

안중근 의사 초상화. 한국일보 자료사진


“안중근 의사 유해를 가져오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2010년 3월 26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 참모회의 발언이다. 안 의사가 순국한 지 꼭 100년 되는 날이었다. 안 의사가 처형된 중국 뤼순 감옥에서 이날 남북은 함께 추모식을 열었다. 황해도 해주 출생인 안 의사의 숭고한 정신을 북한도 기렸다. 하지만 그날 밤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하는 전대미문의 만행에 모든 관심과 노력이 뒷전으로 밀렸다.

□ 당초 정부는 한중일 공동발굴단을 꾸리려 했다. 유해가 매장된 곳으로 뤼순 감옥 근처 야산인 둥산포가 유력하게 지목됐다. 앞서 서쪽과 북쪽에서 발굴에 나섰지만 성과가 없었다. 아직 건드리지 못한 동쪽이 남은 상태다. 중국이 협조해야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또 있다. 안 의사 유해를 어디에 묻었는지 정확한 기록이 없다. 행방을 알고 있을 일본 정부는 거듭된 요청에도 관련자료 공개를 거부해왔다. 이처럼 장소는 중국, 기록은 일본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 안 의사 유해 발굴을 놓고 동북아 3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셈이다.

□ 이재명 대통령이 다시 승부수를 던졌다. 안 의사 유해 발굴을 “중국과 정상회담 사전의제로 미리 논의해달라”고 국가보훈부에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다음 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만날 예정이다. 한중 정상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북한과 공동발굴에 속도를 내는가 싶었지만 중국과의 공조가 여의치 않아 흐지부지된 전례가 있다.

□ 키를 쥔 시 주석이 호응한 건 고무적이다. 올 2월 베이징을 찾은 우원식 국회의장과 접견에서 “중국은 그간 많은 일을 해왔다”며 “앞으로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에 대해 한국의 구체적 요구가 있으면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이 중국에 이어 일본을 찾는 만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성의를 보여야 할 때다. 중일 양국의 격한 대립에 한중일 관계가 더 냉랭해졌다. 안 의사 유해 발굴을 3국 협력의 계기로 삼을 만하다. 그가 115년 전 '동양평화론'으로 공존의 비전을 제시한 것처럼.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인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하얼빈 의거 115주년 기념 특별전시 '안중근 書'를 관람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인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하얼빈 의거 115주년 기념 특별전시 '안중근 書'를 관람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김광수 논설위원 rolling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