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예술극장 무대의 모습. 국립극단 제공 |
2026년 공연장에도 ‘같은 작품, 다른 무대’가 이어진다. 국내 주요 공연장·단체 라인업에서 같은 작품을 선보이는 경우가 눈에 띈다. 같은 작품을 올린다고 같은 공연은 아니다.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과 이를 옮기는 방식에 따라 무대는 달라진다. 어떤 작품을 선택할지 관객의 즐거운 고민이 시작됐다.
■‘반야 아재’와 ‘바냐 삼촌’
손상규 연출 <바냐 삼촌> 이미지. LG아트센터 제공 |
국립극단과 LG아트센터는 ‘공교롭게도’ 같은 작품으로 다시 한번 관객을 만난다. 올해 5월 헨리크 입센의 <헤다 가블러>를 올린 데 이어 내년 5월에는 러시아 문호 안톤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을 각각 선보인다. 올해 국내 대표적인 공연 단체들의 ‘맞대결’은 공연계 안팎에서 화제가 됐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당시 SNS 언급이 크게 늘었고, 기사도 많이 나오면서 홍보 효과는 컸다”며 “연극이 대중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진 상황에서 관객의 발걸음을 공연장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올해 무대에 오르는 <바냐 아저씨>는 사실주의 연극을 대표하는 체호프가 1897년 발표한 희곡이다. 영웅적 인물이나 극적인 사건 대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정밀하게 포착해 삶의 비극성과 인생의 진실을 드러낸다.
국립극단은 5월22~3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원작에 한국적 변주를 더한 조광화 연출의 <반야 아재>를 선보인다. 데뷔 35년 차를 맞는 조광화는 과감한 연출과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다양한 화제작을 만들어왔다. 원작에 혼란스러운 시대상과 현대적 감각을 더해 새로운 울림을 전할 예정이다. LG아트센터는 손상규 연출로 오는 5월7~31일 <바냐 삼촌>을 올린다. 전도연 출연의 <벚꽃동산>, 이영애 출연의 <헤다 가블러>에 이은 세 번째 직접 제작 연극이다. 연극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창작집단 양손프로젝트 멤버이자 배우로 활동해 온 손상규는 연출가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정밀한 해석과 미니멀한 스타일로 호평받은 그가 내놓을 이야기도 관심을 모은다.
■세 얼굴의 ‘백조의 호수’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국립발레단 제공 |
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 ⓒUniversal Ballet_Photo by Lyeowon Kim |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 <백조의 호수>. ⓒ Alice Blangero |
발레 무대에선 서로 다른 얼굴의 <백조의 호수> 세 편이 무대에 오른다. 클래식 발레의 정수로 꼽히는 <백조의 호수>는 차이콥스키의 음악 위에 마리우스 프티파와 레프 이바노프가 확립한 고전 양식을 토대로 한다. 하지만 안무가의 선택에 따라 서사 구조와 인물 해석, 결말까지 달라진다.
국립발레단이 선택한 유리 그리고로비치 버전은 러시아 볼쇼이 발레 전통의 장중한 서사와 극적 구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해석이다. 음악과 안무의 결합을 통해 영웅적 사랑과 희망의 결말을 강조하며, 대규모 군무와 왕궁 장면의 대비가 드라마틱한 인상을 남긴다. 관객의 감정적 몰입을 이끌어내는 서사 구조에 강점을 지닌다.
유니버설발레단은 마린스키 발레 전통에 기반한 섬세함과 서정성이 중심이다. 정교한 24마리 백조 군무와 흑백 대비가 무대를 주도하며, 비극적 결말을 통해 사랑의 숭고함을 부각한다. 고전 양식을 충실히 따르는 정통적 해석이다. 지난해 의상과 무대 연출을 새롭게 하며 호평받았다.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이 국내 초연하는 <백조의 호수(LAC)>는 고전을 해체해 흑과 백, 선과 악의 경계를 탐구하는 21세기형 서사 발레다.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는 동화적 사랑 이야기를 걷어내고 가족 관계와 트라우마, 인간 내면의 충돌을 전면에 내세운다.
세 작품 모두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국립발레단은 4월7~12일, 몬테카를로 발레단은 5월16~17일, 유니버설발레단은 8월14~23일 공연한다.
■2026년 기대되는 공연
<프로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몽유도원> 포스터. 에스앤코·CJ ENM·에이콤 제공 |
국립극단 화제작 <안트로폴리스 5부작>은 3~5부가 공개된다. 두산아트센터 두산인문극장은 ‘신분류학’을 주제로 <모어 라이프>, <원칙>, <나는 나의 아내다>를 무대에 올린다. 40세 최연소 극단장이 취임한 서울시극단은 동시대적 질문을 담은 <빅 마더>와 <아파트>를 선보인다.
국립발레단은 웨인 맥그리거의
지브리 애니메이션 원작의 음악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새로 막을 연다. <겨울 왕국>을 무대로 옮긴 <프로즌>, 인기 웹툰 원작의 <유미의 세포들>, <콰이어 오브 맨>, <헬스 키친>, <몽유도원> 등 초연 뮤지컬도 관객을 만난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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