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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상 컬럼] AI 시대, 공직자에게도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아주경제 기원상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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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상 컬럼] AI 시대, 공직자에게도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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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장관의 행보에 던지는 질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의 최근 행보는 한 가지 질문을 우리 앞에 놓는다. AI 시대에 기업가정신은 기업가만의 덕목인가, 아니면 공직자에게도 필요한 능력인가. 답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판단을 대신하는 도구다. 누군가 “어디까지 AI에 맡기고, 어디까지 사람이 책임질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그 역할을 맡는 주체가 바로 공직자다.

김정관 장관은 제조업의 AI 전환(AX)을 “언젠가 준비할 과제”가 아니라 “지금 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문제”로 규정했다. 그리고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겼다. 예산을 모아 7000억 원 규모로 집중 투입하겠다고 했다. 민관 협력과 데이터 공유를 전제로 한 MAX 얼라이언스를 빠르게 구축했다. 자율운항 선박과 AI 팩토리 같은 실증 사업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공직자가 선택을 미루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업가정신을 발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국방 분야에서 AI를 도입하면서 한 가지 원칙을 분명히 했다. “AI는 추천하되, 최종 결정과 책임은 인간에게 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역시 기술 확산보다 먼저 표준과 책임의 경계를 제도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 속도보다 책임의 구조를 앞세운 것이다. 세계가 보여주는 공통된 메시지는 간단하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 자체보다 판단과 책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다.

이 기준에서 보면 김정관의 정책에는 평가할 지점이 분명하다. 첫째, 판단을 미루지 않았다. 공직자는 보통 실패의 책임을 우려해 속도를 늦춘다. 그러나 김 장관은 AI 전환을 선택의 문제로 남겨두지 않았다. 둘째, 개인이 아니라 구조를 택했다. 특정 기업이나 기술 하나에 올인하지 않고, 기업·연구기관·정부를 연결하는 판을 먼저 만들었다. “내가 정답을 안다”가 아니라 “정답이 나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태도다. 이는 AI 시대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기업가정신의 중요한 조건이다.

그러나 기업가정신은 여기서 완성되지 않는다. AI 시대 기업가정신의 핵심은 속도 다음에 온다. AI가 판단을 돕기 시작하면, 사람은 오히려 덜 판단해야 한다. 무엇을 시스템에 맡기고, 무엇을 끝까지 사람이 책임질지 선을 그어야 한다. 그런데 김정관의 정책에서는 아직 이 선이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더 하겠다는 계획은 충분하지만, 무엇을 더 이상 정부가 직접 판단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없다.

더 중요한 질문도 남아 있다. AI 판단이 틀렸을 때, 그 책임은 어디에서 멈추는가. 기업인가, 얼라이언스인가, 아니면 정책을 설계한 정부인가. AI 시대 공직자의 기업가정신은 실패를 막는 능력이 아니라, 실패의 책임을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다. 이 질문에 대해 김장관은 아직 답을 내놓지 않았다.


서양의 오래된 격언이 있다. “속도는 방향을 대신할 수 없다.” 이런 말도 있다. “결정은 기계가 도울 수 있지만, 책임은 사람이 진다.” 김장관의 선택은 방향과 속도 면에서는 의미가 있다. 판단을 미루지 않았고, 구조를 먼저 만들었다. 그러나 AI 이후 책임의 경계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이 마지막 조각이 채워질 때 그의 정책은 단순한 산업 정책을 넘어 AI 시대 공직자 기업가정신의 사례로 남을 수 있다. AI 시대에는 기업가만 기업가정신을 가져서는 부족하다. 정책을 설계하는 공직자 역시 같은 질문 앞에 서야 한다. “AI 이후에도, 무엇을 내가 판단하고 무엇을 내가 책임질 것인가.” 이 질문을 피하지 않는 공직자라면, 이미 기업가정신의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이다.
[그래픽=노트북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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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기원상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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