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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효 감독이 돈 없어서 유튜브서 입맛만 다셨던 '그 선수'... 이미 1년 전부터 영입은 결정돼 있었다

파이낸셜뉴스 전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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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효 감독이 돈 없어서 유튜브서 입맛만 다셨던 '그 선수'... 이미 1년 전부터 영입은 결정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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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효, 이미 2년전부터 홍정호에 대해 높이 평가
"대한민국 베스트 11의 왼쪽 센터백은 홍정호"
홍정호에게 직접 전화 걸어 의사 타진
1부리그 선수가 2부리그로 직접 이적 의사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삼성 야구의 불혹의 베테랑 강민호와 최형우가 보여준 '라스트 댄스'의 낭만이 화제다.

그런데 야구에만 이런 낭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삼성 축구에서는 홍정호가 쓰는 '축구의 낭만'이 있다.

K리그1 챔피언 출신이자 리그 MVP를 거머쥐었던 최정상급 센터백이 2부 리그(K리그2)라는 가시밭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을 가장 잘 알아주는 지도자 이정효 감독(수원 삼성)과 함께하기 위해서다.

'승격 청부사'로 수원 삼성의 지휘봉을 잡은 이정효 감독이 2026시즌을 위한 첫 발을 화려하게 내딛었다. 수원은 최근 전북 현대와 계약이 만료된 베테랑 수비수 홍정호의 영입을 사실상 확정 지었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K리그1 광주 이정효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K리그1 광주 이정효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사진=뉴시스


이번 이적은 단순한 전력 보강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정효 감독은 현존하는 K리그 최고의 지략가로 꼽힌다.

광주FC 시절 보여준 파격적인 전술과 성과(K리그1 승격, ACLE 8강, FA컵 준우승)로 'K-무리뉴'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부임 직후 수원 선수단 12명을 과감히 정리하며 '새 판 짜기'에 돌입했다. 그 새판의 첫 주인공이 강성진과 홍정호였다.


그런데 이 감독의 '홍정호 앓이'는 이미 오래된 일이다.

그는 과거 안정환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베스트 11을 꼽으며 주저 없이 홍정호의 이름을 불렀다. 당시 이 감독은 "한국 축구는 전체적으로 센터백 라인에서 빌드업이 아쉽다. 만약 내가 대표팀 감독이라면 김민재의 파트너로 '건강한 홍정호'를 쓰겠다"라고 공언한 바 있다. K리그 베스트 11 선정 시에도 가장 먼저 호명한 이름 역시 홍정호였다.

드리블 하는 전북의 홍정호.연합뉴스

드리블 하는 전북의 홍정호.연합뉴스


전북 베테랑 수비수 홍정호.연합뉴스

전북 베테랑 수비수 홍정호.연합뉴스


이정효 감독의 축구에서 센터백은 단순한 수비수가 아니다. 후방 빌드업의 기점이자 전술의 시발점이다. 이 감독은 자신이 구상하는 완벽한 축구를 구현하기 위해 직접 수화기를 들었고, 홍정호에게 자신의 비전과 필요성을 강력하게 어필했다고 알려졌다.


홍정호 역시 이에 화답했다. 전북 현대라는 편안한 1부 리그의 둥지와 재계약 제안을 뒤로하고, 치열한 승격 전쟁이 예고된 수원행을 택했다.

자신의 가치를 진정으로 인정해 주는 감독 밑에서 선수 인생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는 의지다. 이는 최근 스포츠계 화두인 '낭만' 그 자체다.

이정효 광주FC 감독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 전북현대의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뉴시스

이정효 광주FC 감독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 전북현대의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뉴시스


수원은 이미 기존 수비 자원인 황석호, 한호강, 레오 등을 떠나보냈다. 무주공산이 된 수비 라인의 리더 자리는 이제 홍정호의 몫이다. 앞서 FC서울에서 임대 온 강성진을 완전 영입하며 공격진을 정비한 수원은, 홍정호라는 천군만마를 얻으며 승격을 위한 첫 발을 내딛게 됐다.


이정효 감독이 이끄는 수원은 내달 2일 취임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7일 태국 치앙마이로 동계 전지훈련을 떠난다.

'자신을 알아주는 주군'을 위해 2부 리그행을 마다하지 않은 장수 홍정호. 그리고 그를 통해 K리그의 판도를 뒤흔들 준비를 마친 이정효 감독. 두 남자가 그려낼 2026년의 '낭만 축구'에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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