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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결산⑩/자본시장] K-디스카운트 극복...'비욘드 코스피 5000' 시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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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결산⑩/자본시장] K-디스카운트 극복...'비욘드 코스피 5000' 시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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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 면직안 재가
[오상엽 기자]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 종가 기준 4000선을 넘은 2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스피 사상 최초 4000 돌파 기념행사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코스피 5000 특별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와 증권사 대표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 종가 기준 4000선을 넘은 2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스피 사상 최초 4000 돌파 기념행사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코스피 5000 특별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와 증권사 대표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오상엽 기자] 2025년 한국 자본시장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결실을 맺으면서 코스피가 45년 만에 4000을 돌파하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90.88포인트(2.20%) 급등한 4220.56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11월 3일 기록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4221.87)에 1.31포인트 모자란 수치로, 사실상 역대 최고 수준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코스닥도 1.40% 상승한 932.59으로 거래를 마치며 연말 랠리에 동참했다.

이재명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정치 리스크 해소와 밸류업 정책...본격적인 모험자본 공급 나서

올해 한국 증시의 가장 큰 성과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했다는 것이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코스피는 글로벌 주요국 가운데 최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새 정부가 기업 밸류업 정책을 계승·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면서 투자심리가 급반전됐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 회복은 단순한 심리 개선을 넘어 실질적인 자본 배치 변화로 이어졌다.​

정부는 상법 개정과 지배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면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현실화됐다. 이러한 제도 개선 노력은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이 전년 대비 129% 증가한 18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갱신했는데 이는 기업들이 밸류업 정책에 적극 동참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밸류업 공시를 진행한 코스피 상장사들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코스피지수 수익률을 15%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또 올해 자본시장의 가장 큰 구조 변화 중 하나는 증권업 규제의 근본적 재편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초대형 IB(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모험자본 공급 의무'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종투사가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를 통해 조달한 자금의 25%를 중소·벤처기업과 벤처캐피탈 투자 등 모험자본 분야에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동시에 부동산 투자 비중은 단계적으로 축소되는데 2026년 15%, 2027년 10%로 제한된다.

이는 수십 년간 증권업의 수익 구조를 지배했던 '부동산 투자' 관행을 과감히 내려놓고 'AI·벤처·혁신기업' 투자로 급격히 선회하는 대전환을 의미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모험자본 공급 지체되지 않게 종투사 지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며 "혁신 기업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발빠르게 IMA 신청과 함께 승인을 받고 벤처투자 조합 설정과 비상장 기업 투자를 늘렸으며 M&A 펀드와 세컨더리 펀드를 신규 조성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재편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웃지만 '독점'이라는 문제도

올해 한국 증시 상승을 견인한 또 다른 축은 반도체 산업의 호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들이 AI 수요 확대라는 호재를 배경으로 투자자들의 기대를 크게 상회하는 실적을 올렸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기술의 선도적 위치를 바탕으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와 달리 한국 증시에 대한 신뢰를 되찾고 대규모 자금 유입을 단행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한국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시킨 결과로 풀이된다. 이는 "한국 증시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자조 섞인 표현이 나왔던 2024년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러나 증시의 '맛'은 다양하지 못했다.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일부 대형주가 지수 상승을 거의 독점했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대형주가 아니었다면 코스피지수는 2600선대에 머물렀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상장사 3000개 이상이 있지만 수익이 돌아가는 기업은 극히 제한적이었다는 뜻이다. 코스닥 지수가 올해 코스피를 따라가지 못한 것도 이러한 양극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런 양극화 구조가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반도체 투자가 계속되고 대형주 밸류업이 이어진다면 모르겠지만 정책 기조 변화나 반도체 초과공급 우려 등이 현실화되면 시장은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과 참석자들이 3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현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과 참석자들이 3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현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26년 지속 상승장 위해 좀비 기업 퇴출 본격화

2026년 자본시장의 화두는 '퇴출'과 '옥석 가리기'가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코스닥 시장의 건전성 회복을 위해 칼을 빼 들었다. 내년부터 상장 유지 조건이 대폭 강화돼 시가총액과 매출액 미달 기업은 즉각적인 퇴출 절차를 밟게 된다.

특히 좀비기업 퇴출 속도가 빨라진다. 금융당국은 시가총액 기준을 현행보다 대폭 상향(코스닥 600억원 등)하고 상장폐지 절차를 간소화해 2029년까지 약 200개 부실기업을 증시에서 솎아낸다는 계획이다. 이미 올해 상장폐지 건수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하는 등 구조조정의 신호탄은 쏘아 올려졌다.

​반면 건실한 코스닥 기업에게는 확실한 '당근'이 주어진다. 금융위는 코스피 4000시대 흐름을 자본시장 전체로 연결·확산할 수 있도록 내년 '코스닥 시장 신뢰·혁신 제고방안'을 중점 추진한다.

정부는 밸류업 공시를 하고 주주환원을 늘린 코스닥 기업에 법인세 공제 혜택을 주고 해당 기업 투자자의 배당소득세를 감면해주는 세제 개편안을 재추진한다. 또 밸류업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면 지정감사 면제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코스닥 밸류업'을 유도할 방침이다.

개인 위주 고변동성 구조의 코스닥 시장을 기관 자금이 함께 들어오는 성장 자본시장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연기금 평가 기준을 개선해 기관투자자의 진입 여건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코스닥벤처펀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등 기업 성장에 투자하는 펀드에는 세제 혜택을 검토함으로써 투자 촉진은 물론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유도한다.

아울러 비상장·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토큰증권(STO) 도입 준비, 소액공모 한도 10억→30억원 확대, 모험자본 중개 플랫폼 구축, 비상장주식 전자등록기관 진입 허용 등을 추진한다.

코스닥본부의 독립성·자율성을 제고하고 공모가 산정의 객관성 및 주관사의 책임 강화 등 투자자 보호장치도 함께 마련될 예정이다.

결국 2026년은 코스닥 시장이 '좀비기업들의 무덤'이자 '알짜기업들의 등용문'으로 재편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에게는 옥석 가리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생존 전략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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