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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의 해 2026년, '꼰 다리' 풀고 함께 뛰자 [임성일의 맥]

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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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의 해 2026년, '꼰 다리' 풀고 함께 뛰자 [임성일의 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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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난국 2025년 축구계, 구성원 모두의 책임

여전히 즐기지 못하는 축구, 축구인부터 자성해야



2026년은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는 의미 있는 해다. 서로 힐난하기 바쁜 축구인들이 내년에는 힘을 모을 수 있을까. (대한축구협회 제공)

2026년은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는 의미 있는 해다. 서로 힐난하기 바쁜 축구인들이 내년에는 힘을 모을 수 있을까. (대한축구협회 제공)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2025년이 저물어간다. 차분하게 스스로를 돌아보며 상처 줬던 누군가에게 마음으로라도 사과하고 달라진 내일을 그려볼 시간도 불과 이틀이 채 안 된다.

유난히 우울한 일들이 많았던 2025년, 축구계도 바람 잘 날 없었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큰 성과를 달성했으나 경사를 함께 축하하고 기뻐하기 보단 서로가 서로를 힐난하기 바빴다.

격려와 칭찬은 인색한데 비난은 차고 넘쳤다. 대한축구협회와 축구국가대표팀은 '국민 욕받이'였다. 발전을 위한 건전한 비판도 있었지만 근거 없는 모함이나 가짜 뉴스를 동원한 도 넘은 내용도 많았다.

축구인을 자처하는 이들이 축구판을 더 흔들었다. 개선이든 개혁이든 함께 손에 흙 묻히려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뒤에서 남들 좋아라 하는 지적질만 쏟아냈다. 대한민국 축구를 걱정한다는 이들이 혐오를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구성원 간 불협화음은 축구판을 구제불능지역으로 만들었다. 비단 축구협회와 대표팀에 국한된 이야기도 아니다. 최상위 축구리그의 감독과 선수가 수면 위에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초유의 일도 벌어졌고 필드 위를 교통 정리하는 심판은 외려 원활한 경기를 망치는 악당으로 간주됐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특정인의 잘못으로 볼 수도 없다.

한 나라의 축구 수준은, 그 나라 축구 구성원들의 수준이 합쳐진 것이다.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 구단 등 조직부터 행정가, 지도자, 선수, 심판, 언론 그리고 팬들까지 모두 아우른 수준이 2025년 대한민국의 축구 수준이다. 이강인과 손흥민과 김민재가 있다고 한국 축구 수준이 높아지는 게 아니다. 모두의 책임인데 '네 탓이오'만 들린다.


월드컵 11회 연속 진출이라는 의미 있는 상과를 거뒀으나 축구계는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지 못했다. ⓒ News1 이승배 기자

월드컵 11회 연속 진출이라는 의미 있는 상과를 거뒀으나 축구계는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지 못했다. ⓒ News1 이승배 기자


2026년은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는, 축구계에 아주 의미 있는 해다. 적어도 내년에는 축구판 전체가 어깨 걸고 힘을 모으려는 모습이 나와야한다.

대표팀 경험이 아주 풍부한 한 선수는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우리는 상대팀 보다 여론과 먼저 싸워야했다"면서 "뜨거운 응원을 받으면서 출전해도 버거운 것이 월드컵이라는 무대인데 우리는 늘 (비난의)화살을 먼저 맞고 나갔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감독과 선수 입에 무조건 당근과 사탕을 물려주자는 것은 아니나 계속 채찍만 맞아 주눅 든 상태로 경기에 나가게 하는 것도 바람직한 지지자의 모습은 아니다.


대한축구협회와 축구대표팀 그리고 홍명보 감독에 대한 평가는 대회 후 냉정하게 진행하면 된다. 준비 과정과 지원은 충분했는지, 상대에 대한 분석은 철저했는지, 감독의 전략·전술과 선수 구성은 적합했는지 등등 결과에 따라 날카롭게 접근해야한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부터 맥 빠지는 왈가왈부는 잔소리일 뿐이다. 월드컵이라는 세계인의 잔치에 초대된 것도 벌써 11회 연속인데 아직도 한국 축구는 축제를 즐기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축구를 즐기지 못하고 있다. 2026년에는 따뜻한 시선으로 월드컵을 즐겼으면 싶다. 축구인들부터 반성할 일이다. ⓒ News1 김진환 기자

우리는 여전히 축구를 즐기지 못하고 있다. 2026년에는 따뜻한 시선으로 월드컵을 즐겼으면 싶다. 축구인들부터 반성할 일이다. ⓒ News1 김진환 기자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이영표 해설위원은 "한국 사람들은 축구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그렇지 않다"며 "이기는 것을 좋아할 뿐"이라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이기려면 축구를 좋아하고 즐겨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축구를 잘 할 수 없는데 우리는 앞뒤가 바뀌어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는 2026년을 코앞에 둔 시점, 여전히 우리는 축구를 즐기지 못하고 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일반인 뿐 아니라 축구인들조차 "어디 얼마나 못하는지 지켜보겠어"라고 다리를 꼬고 있다는 점이다.

혹 누군가의 실수나 실패를 자신의 이익이나 행복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차분하게 스스로를 돌아보며 상처 줬던 누군가에게 마음으로라도 사과하고 달라진 내일을 그려볼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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