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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계엄도 비껴간 육사 경쟁률 31.5대 1···6년래 ‘최고’[이현호의 밀리터리!톡]

서울경제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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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계엄도 비껴간 육사 경쟁률 31.5대 1···6년래 ‘최고’[이현호의 밀리터리!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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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시장지배력 남용 과징금 한도 6→20%로 대폭 상향
비상계엄 주도 비판에도 경쟁률 상승세
지원자 8600여 명→1만300여 명 증가
청년 취업난에 직업군인 선호도 높아져
GOP 근무 소위 ‘대기업’ 수준 연봉 인상




“비상계엄? 그게 뭔가요,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 군인의 기회를 제공하면 최고죠”

“전액 장학금도 주고 취업난도 해소할 수 있어서 육군사관학교를 지원했습니다”

최근 만난 입시 학원 관계자가 수험생들이 육군사관학교(육사)를 지원하는 이유라며 기자에게 건넨 얘기다.

12·3 비상계엄 사태 불똥이 튈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2026학년도 각 군 사관학교 입시 경쟁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심지어 비상계엄을 주도한 지휘관이 대다수 졸업생인 육사는 6년래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목숨 받쳐 나라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고된 직업 군인의 길이지만 정년을 보장하는 직업의 안정성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사관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선영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제출 받은 ‘최근 6년 간 각 군 사관학교 모집 경쟁률 현황’에 따르면, 육군사관학교는 2026학년 모집 경쟁률이 31.5대 1을 기록했다. 모집 정원은 330명인데 지원 인원은 1만 395명에 달했다. 6년래 최고 모집 경쟁률이다.


육사는 2021년 26.2대 1에서 2022년 24.4대 1로 소폭 하락했다가 2023년 25.8대 1, 2024년 28.9대 1, 2025년 29.8대1에 이어 2026학년도까지 4년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경쟁률도 30대 1을 넘어섰다.

해군사관학교 입시 경쟁률도 6년래 최고치다. 2021년 21.7대 1에서 2022년 20.1대 1, 2023년 18.7대 1로 2년 연속 하락했다가 2024년 25.7대 1로 반등한 후 2025년 25.7대 1, 2026학년도 28.2대 1로 3연 연속 증가하면 상승세를 보였다. 모집 정원 170명인데 지원 인원은 4799명에 달했다.





공군사관학교의 입시 경쟁률은 2026학년도 36.3대 1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모집 정원은 235명인데 지원 인원은 8538명에 달했다.


그러나 전년 보다 다소 주춤했지만 육·해·공군 사관학교 가운데 가장 높았다. 2021년 22.9대 1에서 2022년 20.6대 1 하락했지만, 2023년 21.4대 1에서 2024년 30.5대 1로 상승세로 돌아서고 2025년 37.6대 1를 기록하며 30대 1을 넘어섰다.

공사의 경우 조종사라는 전문직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 부여로 전역 이후에 취업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수험생들이 사관학교 가운데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졸업과 동시에 전문자격증인 ‘간호사’를 획득할 수 있는 국군간호사관학교 경쟁률은 3군 사관학교 보다 훨씬 높았다. 국군간호사관학교는 매년 가장 높은 경쟁률을 경신 중이다. 2021년 27.7대 1에서 2022년 26.5대 1로 소폭 하락했다가, 2023년 27.1대 1, 2024년 33.9대 1, 2025년 38.7대 1, 2026학년도 40.3대 1로 4년 연속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전체 사관학교 중에 신입생 모집 인원이 90명으로 가장 적지만, 전역 이후에도 취업난을 해소할 수 있는 간호 전문직의 특성상 높은 지원률을 나타내고 있다.

군 당국이 초급 간부 선발의 어려움으로 월급 인상이나 진급 기회 확대 정책을 발표하면서 수험생들의 지원 심리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방부는 향후 초급 간부들의 연봉을 매년 인상할 계획이다. 당장 일반전초(GOP) 부대 소위의 초임 연봉(수당 포함)은 3800만 원에서 올해부터 4500만 원 수준으로 올렸다. 추후 6000만 원으로 올릴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사관학교의 인기에 대해 “심각한 취업난 속에 사관학교는 졸업과 동시에 장교로 임관해 직업 군인의 길을 가게 되고 최근 봉급 인상 및 복무 환경 개선으로 안정적인 직업군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모집 경쟁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육군의 또 다른 사관학교인 육군3사관학교(3사)의 모집 경쟁률은 계속 하락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3사 입시 경쟁률은 6년래 최저치다. 2021년 4.7대 1에서 2022년 4.5대 1, 2023년 3.6대 1, 2024년 2.5대 1, 2025년 1.9대 1를 기록했다. 2026학년 역시 1.6대 1로 6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모집 정원 450명인데 지원 인원은 730명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2021년 지원 인원이 2500여 명이었는데 2026학년엔 730여 명으로 70% 가량 급락해 육사와 대조적인 분위기다.

3사의 경쟁률이 떨어지는 배경은 육사와 비교하면 진급 경쟁에 밀리는 3사는 ‘서자’(庶子) 취급을 받고 있다는 군 내 안팎의 지적처럼 수험생들 역시 이 같은 흐름을 알기에 지원을 주저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육사는 군 엘리트의 요람으로 분류되며 신입생 선발 첫 관문부터 경쟁률이 30대1에 달하는 치열한 입시 관문을 뚫고 들어가는 덕분에 ‘장기복무’라는 큰 혜택이 주어진다. 장교로 임관을 하면 직업군인을 길을 걸을 수 있다.

국민의힘 강선영 의원은 “3사를 포함해 학군사관후보생(ROTC) 및 학사사관후보생 등 일반 출신은 임관 뒤 성공 확률이 각각 60%대, 30%대 수준인 ‘장기복무 선발’ 과정을 다시 뚫어야 하는 ‘비정규직’ 신분으로 출발선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3사 출신의 서자 취급은 법령에도 명확하게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육·해·공군사관학교 생도는 ‘사관학교 설치법’에 따라 ‘정규장교가 될 자’로 규정한다. 하지만 3사 생도는 ‘육군3사관학교 설치법’에 따라 ‘육군 장교가 될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주홍글씨’ 탓에 3사 출신 장교는 장기복무에서 제외되는 게 현실이다.





한편 직업 안정성 덕분에 스스로 사관학교를 떠난 사관생도는 육·해·공군 모두 줄어드는 추세다. 사관학교를 지원하는 수험생이 감소하고 자퇴자 수가 급증하면서 엘리트 초급간부 육성에 비상이 걸렸다는 지적과 다르게 분위기는 정반대 흐름인 셈이다.

‘최근 6년 간 각 군 사관학교 퇴교 현황’에 따르면, 육사의 경우 2020년 24명에서 2021년 37명, 2022년 68명, 2023년 69명, 2024년 63명으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25년에 36명으로 크게 줄었다. 3사 역시 퇴교자 흐름을 보면 2021년 57명에서 2022년 46명, 2022년 50명, 2023년 55명, 2024년 70명으로 늘었다가 2025년 37명으로 감소했다.

해사 퇴교 현황은 2020년 8명에서 2021년 8명, 2022년 19명, 2023명 27명으로 증가하다 2024년 18명, 2025년 18명으로 줄고 있다. 다만 공사는 퇴교자가 증가했다. 2020년 15명에서 2021년 9명, 2022년 16명, 2023년 14명, 2024년 24명, 2025년 29명으로 3년 연속 퇴교자가 늘어났다.

간호 전문직 이미지가 높은 국군간호사관학교는 자퇴생이 많지 않은 모습이다. 2020년 3명, 2021년 7명, 2022년 5명, 2023년과 2024년 각 2명으로 가장 적은 수준을 보였다. 다만 2025년만 유독 11명으로 갑자기 퇴교자가 늘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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