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참모진에게 견해 밝혀
여당도 야당도 껄끄러운 인사
혹독한 청문회·송곳검증 예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는 이재명정부의 세 번째 보수진영 인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으나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한나라당 출신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에 이은 파격이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번 후폭풍은 앞선 2차례와 결이 다르다. 기획예산처는 이재명정부 조직개편의 핵심이자 경제 컨트롤타워다. 그 초대 수장에 보수 정치인을 앉혔다. 상징성과 파급력 면에서 앞선 사례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당장 야당은 '배신자' 프레임을 걸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송 장관 유임 때와는 반발수위가 다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겉으로는 '통합인사'라고 평가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이 후보자의 과거 탄핵반대집회 전력 등이 부담스러운 탓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9일 전남 해남을 방문하며 기자들에게 "이슈를 덮기 위한 '무늬만 협치'"라며 "이 후보자의 가치관은 현 정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지를 좇아 철학과 동지까지 버리는 행태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했다.
여당 내 기류도 심상찮다. 이 후보자가 윤 전대통령 경선캠프는 물론 지난 대선 당시 김문수 후보 캠프 정책본부장을 지낸 탓이다. 특히 지난 1~3월 탄핵반대집회에선 "탄핵소추는 불법" "나라 흔드는 세력이 내란세력"이라고 발언한 점이 뇌관이다.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의원도 나타났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과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계엄을 옹호하고 국헌문란에 찬동한 이들도 통합의 대상인가"라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이 후보자는 자신의 정치활동을 소개하는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 모든 SNS(소셜미디어)를 비공개 처리했다.
혹독한 인사청문회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의 '송곳 검증'이 불가피하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후보자가 원외위원장으로서 당론을 따랐으나 탄핵이 계엄의 결과로 불가피했음을 인정한 바 있다"며 청문회에서 날카롭게 검증하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새 정부의 기획예산처 첫 수장 후보로 지명된 이 후보자의 '계엄옹호' 논란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본인(이 후보)이 내란 부분 등에 대한 발언에 대해 직접 더 충분히 소명해야 하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단절의사를 표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뜻을 나타냈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의 정확한 워딩(표현)은 아니다"라면서 발언의 취지를 전했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로 처음 출근하며 참모진에게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격렬한 토론을 통해 차이와 견해에 대한 접점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그 과정 자체가 합리적인 정책을 만들어가는 지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중지를 모아가는 과정에서 차이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며 "이 차이를 잘 조율해가는 과정들이 필요하고 이 과정들을 통해서 더 나은 의견을 도출할 수 있으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사권을 통해 후보의 역량 등이 증명되기도 하나 지명된 이후에는 후보 스스로 국회 인사청문회 등에서 실력을 검증받아야 한다고 했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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