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에서 숨진 16세 청소년이 한 살 위 선배의 장기간 폭행과 협박, 금전 갈취에 시달려 온 사실이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가해 청소년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지난달 21일 폭행·협박·공갈·감금 등의 혐의로 17세 B군을 구속기소했다. B군은 지난해 8월 안동에서 숨진 A군(16)을 상대로 지속적인 괴롭힘을 이어온 혐의를 받는다.
A군은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며 치킨 배달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던 청소년이었다. 검찰 수사 결과 B군의 범행은 금전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사됐다.
B군은 지난해 7월 중고로 70만 원에 구입한 125cc 오토바이를 A군에게 140만 원에 넘겼다. 당시 A군이 가진 돈은 70만 원뿐이었고, A군은 나머지 금액을 벌기 위해 배달 일을 시작했다.
A군은 벌어들인 일당을 B군에게 전달했지만 B군은 “입금이 늦다”며 추가 금전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A군을 감금한 채 폭행을 가한 정황도 확인됐다. A군은 지인과 친척에게까지 돈을 빌려가며 요구에 응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달 동안 B군에게 건넨 금액은 500만 원에 이른다.
그러던 중 A군은 사건 발생 이틀 전 무면허 운전이 적발돼 오토바이를 압류당했다. 경찰 조치로 더 이상 배달 일을 할 수 없게 되면서 A군은 B군의 추가 협박과 폭행을 두려워한 것으로 수사 당국은 보고 있다.
A군은 이후 숨진 채 발견됐다. A군이 숨진 당일, B군은 경찰에 보관돼 있던 오토바이를 찾아가 제3자에게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B군은 A군에게 오토바이를 넘긴 뒤에도 명의 이전을 하지 않아 회수가 가능했던 상태였다.
사건 초기 경찰은 개인적 사정에 따른 변사로 판단했다. 그러나 장례 과정에서 “선배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친구 9명의 증언이 나오면서 수사가 다시 시작됐다.
경찰은 관련자 진술과 휴대전화 포렌식 분석 등을 통해 폭행·협박·공갈·감금 혐의를 확인했고 검찰은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기소 했다.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소년범임에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www.129.go.kr/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임혜린 기자 hihilin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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