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기 특별검사가 29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에서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 관련 최종 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대통령 배우자가 장막 뒤에서 국정에 개입하고, 역사책에서나 볼 법한 '현대판 매관매직'을 일삼았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 공적 시스템이 크게 훼손됐다."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수사해온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29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내놓은 결론이다. 'V0'로 불렸던 김 여사의 국정 사유화 실체가 특검 수사로 확인된 것이다.
특검 수사에서 확인된 금품 수수 실태는 혀를 차게 만든다.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통일교)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금거북이(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이우환 화백 그림(김상민 전 부장검사) △로저비비에 가방(김기현 의원 부부)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총 3억7,725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의 청탁은 대부분 그대로 실현됐다. "대통령에 버금가는 지위를 향유했다"는 특검 결론은 참담하다.
통일교와의 유착은 선거 공정성마저 훼손했다. 통일교가 정교일치 이념 실현을 위해 김 여사에게 금품을 동원한 청탁을 하고, 통일교는 그 보답으로 대통령 선거와 당대표 선거에 개입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과 '정치공동체'였다고 결론을 내렸다. 정치 입문 단계부터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남은 숙제도 많다. 반복적 금품 수수에도 김 여사에게 형량이 무거운 뇌물죄가 아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만 적용됐다. "윤 전 대통령이 몰랐다는 말을 믿긴 어렵지만 직접적 증거가 충분치 않아서"라는데, 사건을 넘겨받는 경찰이 매듭지어야 할 숙제다.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개입, IMS모빌리티 특혜성 투자 의혹,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등 풀지 못한 의혹도 켜켜이 쌓여 있다. 특검이 지적했듯 대통령 부인이나 대통령 당선인도 공직자에 준하게 처벌할 수 있는 입법적 보완도 필요하다.
김 여사는 8월 특검에 출석하며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했지만, 그런 그가 국가 시스템을 붕괴시킨 후과는 모두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철저한 공소 유지와 후속 수사를 통해 3년 동안 법 위에서 살아온 그에게 엄정한 심판이 내려져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