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샤워부스로 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루를 정리하며 따뜻한 물줄기 아래 서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그동안 샤워 시간은 개인 취향으로 치부됐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각자의 피부 타입과 일상 패턴, 수면 특성을 고려해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야후뉴스가 복수의 의료진 견해를 취합한 바에 따르면,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핵심은 '시간대보다 규칙성'이었다. 그러면서도 야간 샤워와 오전 샤워는 저마다 뚜렷한 이점과 한계를 지닌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활동 중인 가정의학과 전문의 에릭 테퍼는 "저녁에는 피부가 외부 물질을 더 잘 받아들이는 시간대"라며 "이때 보습제를 바르면 피부 장벽 강화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분야 전문의인 나타샤 부얀은 "세포 재생 활동이 야간에 집중되는 만큼, 이 시간대 샤워와 보습 관리를 병행하면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과 중 외부 활동이 많았거나 땀 분비가 잦았다면 취침 전 샤워가 더 적합할 수 있다. 캐나다 내과 전문의 아심 나지르 치마는 "하루 종일 축적된 먼지와 땀을 제거하지 않은 채 침대에 누우면 침구류와의 접촉으로 피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잠들기 전 깨끗이 씻고 보습하면 수면 중 피부 재생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온수 샤워는 체온을 일시 상승시킨 뒤 급격히 낮추는데, 이러한 온도 변화가 수면 유도 신호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치마 박사는 "취침 1~2시간 전 샤워를 하면 수면 질이 개선되고 입면 시간도 약 10분 단축된다는 연구가 보고된 바 있다"고 전했다.
반면 기상 후 개운함을 느끼기 어렵거나 출근 전 정신을 차리기 힘든 이들에게는 오전 샤워가 유용할 수 있다. 오하이오 지역 일반의 마이클 치착은 "물기가 마르면서 피부 표면에서 일어나는 냉각 효과가 각성을 돕는다"며 "마무리 단계에서 약간 차가운 물을 쐬면 교감신경 활성화로 집중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면 중 피지 분비와 땀, 각질이 쌓이면 모공이 막혀 피부 트러블을 유발할 수 있다. 치마 박사는 "특히 지성 피부 소유자라면 아침에 간단히라도 세안하는 것이 메이크업이나 자외선 차단제 사용 전 필수 단계"라고 강조했다. 새벽 운동 후에는 샤워가 사실상 필수다. 땀과 세균을 방치하면 모낭 염증이나 여드름 발생 위험이 커지며, 체취 관리 차원에서도 즉시 씻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가들은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최적의 샤워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핵심은 본인의 피부 상태와 수면 패턴, 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간대를 정하고 이를 습관화하는 것이다. 치마 박사는 "인체의 생체 주기는 본인이 선택한 샤워 시간에 맞춰 조율된다"며 "야간이든 오전이든 자신에게 맞는 루틴을 확립하는 것이 건강 관리의 출발점"이라고 조언했다.
현수아 기자 sunshine@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