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성에 있는 SK오션플랜트 본사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
‘해상풍력 산단’ 조성사업, 공정률 60% 수준…협상 결렬 땐 좌초 위기
우선협상 디오션, 5000억 추가 투자 필요…“지역 신뢰 저버려” 반발
경남에 있는 SK오션플랜트 매각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면서, 경남 1호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된 해상풍력산업단지 조성 사업의 향방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매각 추진으로 사업 중단 가능성이 제기되자 지역 주민과 정치권은 “지역과의 상생 약속을 저버린 무책임한 매각”이라며 지속적인 산업단지 조성을 촉구하고 있다.
29일 경남도에 따르면 경남도와 고성군, SK오션플랜트,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디오션자산운용 컨소시엄이 지난 8일부터 4자 협상에 돌입했다. 이들 기관과 기업은 매각 방식과 향후 투자 계획을 포함한 구체적인 협상안을 내년 1월까지 도출할 계획이다.
매각 협상이 결렬되면 기회발전특구 지정 해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행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기회발전특구 사업이 장기간 지연돼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산업통상부는 특구 지정을 해제할 수 있다. 특구가 해제되면 세제 혜택과 각종 정부 보조금 지원이 중단돼 국내 최대 해상풍력 구조물 생산 전진기지를 조성하려던 계획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SK오션플랜트는 2022년 9월 고성군 동해면 옛 삼강엠앤티를 인수했다. 일부 사업장을 포함한 동해면 양촌·용정 일반산업단지(157만㎡)에 9500억원의 투자 사업을 펼치면서 지난해 6월 경남 1호 기회발전특구(해상풍력지구)로 지정됐다. 고성 양촌·용정 산단 일대는 2007년 조선해양산업특구로 지정된 이후 15년간 사업이 중단된 곳이다.
SK오션플랜트는 지금까지 4500억원을 투입했다. 상부 설비 구축을 위해 추가로 5000억원을 투입해 2027년까지 단지 조성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해상풍력지구의 고용효과는 3600명(협력사 30여개), 생산유발효과는 3조1346억원으로 전망됐다. 현재 산업단지 조성 공정률은 60% 수준이다.
그러나 SK그룹이 SK오션플랜트의 매각을 추진하면서 이 같은 일정과 투자 계획의 이행 여부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SK오션플랜트는 지난 9월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인 디오션자산운용 컨소시엄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경남도와 고성군, 지역 주민들은 디오션 컨소시엄이 5000억원에 달하는 추가 투자를 실제로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디오션 컨소시엄 측은 인수 이후 추가 투자금 가운데 2000억원을 우선 투입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투자를 진행해 특구 조성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사회의 반발도 거세다. 고성군민과 노동계,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기업이 단기간 내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지역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경남도는 양촌·용정 일반산업단지 조성 사업이 계획대로 이행될지 여부를 매각 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보고 있다.
SK오션플랜트 측은 “매각 진행 여부와 관계없이 구성원 모두가 책임 있는 자세로 경영 활동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디오션 컨소시엄 관계자는 “인수 이후 단계별 투자를 통해 사업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고, 자금 조달에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기회발전특구 사업이 흔들리지 않도록 행정적·정책적 지원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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