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어 문화계 취재원들과 이런저런 덕담을 나누다보면 인사 말미에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내년에는 한국 영화가 살아나면 좋겠네요.” “문화계에 좋은 소식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올해보다 나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새해를 맞이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겠지만 ‘좋은 소식 좀 많이 전해달라’는 말이 유난히 마음에 남는 건 2025년 대중문화계가 힘든 한 해를 보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8월 문화부로 자리를 옮겨 대중문화팀장을 맡았을 때만 해도 설렘으로 들떴다. 대중과 예술이 호흡하는 문화계 현장에서 아름답고도 생동감 넘치는 기사를 쓸 수 있으리란 기대였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현실은 기대보다 어두웠다.
가장 크게 체감한 건 달라진 영화계 분위기였다. 한때 ‘한류 르네상스’라 불리던 영화 산업은 관객 수 급감과 투자 위축으로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만나는 영화인들마다 “요즘처럼 힘든 적이 없다”고 하소연을 했다. 코로나19 직후에도 배출되던 천만 영화가 올해 자취를 감추고, 20년 넘게 지켜오던 ‘연간 1억 누적 관객 수’ 기록이 무너질 상황이니 그럴 만도 했다.
지난 8월 문화부로 자리를 옮겨 대중문화팀장을 맡았을 때만 해도 설렘으로 들떴다. 대중과 예술이 호흡하는 문화계 현장에서 아름답고도 생동감 넘치는 기사를 쓸 수 있으리란 기대였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현실은 기대보다 어두웠다.
가장 크게 체감한 건 달라진 영화계 분위기였다. 한때 ‘한류 르네상스’라 불리던 영화 산업은 관객 수 급감과 투자 위축으로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만나는 영화인들마다 “요즘처럼 힘든 적이 없다”고 하소연을 했다. 코로나19 직후에도 배출되던 천만 영화가 올해 자취를 감추고, 20년 넘게 지켜오던 ‘연간 1억 누적 관객 수’ 기록이 무너질 상황이니 그럴 만도 했다.
관객들에게 한국 영화를 생각해 달라고 호소하면서도 영화계가 정작 대중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 행보를 보이는 것도 안타까웠다. 마약 상습 투약으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유아인은 지난 4월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주최하는 제23회 디렉터스컷 어워즈 시상식 영화부문 남자배우상 후보로 오른 데 이어 최근에는 <파묘>의 장재현 감독이 차기작에 캐스팅을 고려 중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감독 측은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영화계 내부에선 여전히 대중의 차가운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는 실망감을 지울 수 없었다.
대중의 정서와 동떨어진 행보를 보인 것은 연예계도 마찬가지였다. 내로라하는 연예계 셀럽들이 대거 참석한 한 패션매거진의 유방암 기부 행사는 선정적 연출과 상업성 논란에 휩싸이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유방암에 대한 사회적 인식 향상을 취지로 내건 자리에서 화려하게 차려입은 스타들이 술잔을 부딪치며 DJ 파티를 즐기는 모습은 일반 상식의 범주를 벗어난 데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대중의 팍팍한 삶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며 연예계가 또 한 번 ‘그들만의 리그’임을 증명한 셈이 됐다. 유명 배우가 과거 범죄 이력으로 돌연 은퇴를 선언한 충격에 이어, 연예계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번지며 어수선한 분위기는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연예인과 대중의 접점이 많은 시대다. TV를 틀면 연예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스타들은 유튜브와 SNS를 통해 자신의 삶을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대중과 다르지 않다는 친근함을 셀링 포인트로 삼으면서도 정작 사회적 책임과 대중적 영향력에 대한 자각에는 여전히 둔감한 모습이 반복되며 대중들의 실망과 피로감을 키운 한 해였다.
새해에는 냉소와 외면보다 회복과 신뢰를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시대의 얼굴인 대중문화계가 대중의 눈높이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웃을 수 있길 바라며 유난히도 다사다난했던 2025년을 보낸다.
노정연 문화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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