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다음달 2일 출범하는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 후보자로 국민의힘 출신의 이혜훈 전 의원이 지명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 쪽은 “통합과 실용이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 철학에 따른 인선”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 긍정적 요소가 없는 건 아니지만, 포용 인사에도 최소한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이 후보자의 정치적·정책적 행보를 보면, 과연 이재명 정부 국정철학에 부합하는 인사인지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이 후보자가 단순히 보수정당 출신이라는 것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그는 ‘12·3 내란’ 이후 지속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다. 지명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원외당협위원장으로 당시 분위기에 휩쓸려 잠깐 따라간 건 잘못된 일이고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잠깐 따라간’ 수준으로 보긴 힘들다. 지난 1월17일 자신이 위원장인 국민의힘 서울시당 중구성동을 당원협의회가 주도해 탄핵반대집회를 개최하고 발언했다. 1월21일에는 문화방송(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 구속을 반대했고, 3월22일에는 세이브코리아 집회에서 “(이재명 대표 쪽이 추진한 30건의 탄핵 시도는)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는 내란 행위와 다름없다. 탄핵소추안은 원천적으로 무효이며 각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이런 언행에 대해 사과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적극적으로 ‘친윤 행보’를 해온 인사가, 장관 지명 이후 사과했다고 해서 내란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는 이재명 정부의 국무위원이 될 자격이 있는지 여전히 의문을 품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정책적 측면에서도 우려되는 면이 있다. 경제학자 출신인 이 후보자는 한때 경제민주화를 주창한 적은 있지만, 의정활동 등에서 줄곧 시장 원리와 재정건전성 등을 강조하며 재정의 적극적 역할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이 자체가 보수 정치인으로서 문제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감세, 건전재정 등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서 선회해 확장재정 기조를 뚜렷이 해왔다. 예산 편성권을 쥔 기획예산처는 이런 대통령의 재정철학을 앞장서서 구현해야 한다. 그간 대통령 정책 기조와는 정반대 소신을 지닌 장관을 기용하는 것이 향후 정부의 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되진 않을지, 또는 반대로 이 후보자가 막상 장관이 되고 나면 덮어놓고 이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적극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서는 건 아닌지, 현재로선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바람직하기는 대통령의 정책을 지원하면서도 필요한 경우 적절한 전문적 견제 역할을 하는 것이 ‘이혜훈 인사’의 긍정적 방향이 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이 후보자가 그 정도의 전문성을 지녔는지 등을 포함해 정책 운영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 후보자는 국민들의 이런 의구심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29일 이 대통령도 말한 “국민의 검증”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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