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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 유학생 유치…숫자보다 공존 고민할 때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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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 유학생 유치…숫자보다 공존 고민할 때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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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서울 시내 한 대학교에서 이동하는 유학생들. 연합뉴스

지난 4월 서울 시내 한 대학교에서 이동하는 유학생들. 연합뉴스




박무현 | 경희대 철학과 3학년



대학의 국제화로 수많은 외국인 유학생이 유입되며 캠퍼스의 다양성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강의실 풍경은 기대했던 소통의 학문 세계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어와 전문 용어를 이해하지 못해 소외되는 유학생, 소통의 어려움으로 팀 프로젝트에서 이들을 기피하는 재학생, 그 사이에서 난항을 겪는 교수자의 모습은 화합보다 단절에 가깝다.



2023년 정부는 2027년까지 유학생 30만명 유치를 목표로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Study Korea 300K Project)을 발표했다. 인구 절벽 위기의 해법으로 해외 인재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학위 과정 유학생 수는 2007년 3만2천명에서 지난해 4.5배인 14만5천명으로 급증했다.



현재 유학생 정책은 이들을 노동 시장에 진입시켜 인력난을 해소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2017년부터 5년간 비수도권 대학 소재지의 취업률은 35.7%에 불과하다. 내국인조차 정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유학생 유치는, 지식 탐구를 위해 온 유학생들을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단순 대체 인력으로 취급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의 목표와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정책은 용이한 유학생 유치를 위해 내국인 학생과 유학생을 분리 교육하거나, 입학 시 필요한 한국어 능력 기준을 완화하는 제도를 포함한다. 그러나 이는 대학 내 언어 장벽 문제를 심화시키고 유학생의 한국 사회 적응을 어렵게 만들어, 오히려 정부 목표인 ‘유학생의 국내 정착 및 취업’을 저해하고 있다.



대학알리미 공시를 보면, 서울 주요 대학 중 언어능력 충족 학생 비율이 70%를 넘는 곳은 고려대(90.1%), 성균관대(90.9%), 한양대(73.1%)로 단 3곳에 불과하다. ‘언어능력 충족 학생 비율’은 국내 학위과정을 밟고 있는 유학생 중 한국어 트랙에서 한국어능력시험(TOPIK) 4급 (예체능 3급) 이상, 영어 트랙에서 토플(TOEFL iBT) 59점 이상을 취득한 학생 비율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 기준조차 대학 강의를 소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국어능력시험사업단 관계자는 대학 강의를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최소 한국어능력시험 5~6급 수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기준은 강의실 내 소통 불능을 사실상 방치하는 셈이다.



대학이 유학생을 재정 확충의 수단으로만 활용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등록금 동결 규제를 받는 내국인과 달리, 유학생 등록금 인상은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소재 6개 대학(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이화여대)은 외국인 유학생의 등록금을 약 5% 인상했다. 내국인 학생에게는 폐지된 입학금 역시 유학생에게는 여전히 50만~100만원가량 부과하고 있다.



늘어난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교육적 지원은 초라하다. 한국어 능력 증진을 위한 교양 과목이 필수 이수가 아니거나 면제가 가능해, 커리큘럼이 유학생들의 학업 적응을 돕기에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현장의 목소리도 이를 증명한다. 경희대 유학생 ㄱ씨는 “현재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은 다양한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 확대와 정부·학교 차원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한국어 클래스”라며 교내 한국어 학습 프로그램의 미흡함을 지적했다. 같은 학교 유학생 ㄴ씨 역시 “학과별 튜터링과 기초과목 강화가 진행되어야 단순한 ‘수 늘리기’가 아닌 성공적인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꿀 때다. 외형적인 수치 늘리기를 멈추고 이들이 우리 사회에 온전히 스며들게 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언어 장벽을 허물고 학습권을 보장하는 인프라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대학의 책무다. 차이의 공존은 화려한 구호가 아닌, 강의실 내에서 진정한 소통과 이해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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