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헤럴드경제 언론사 이미지

“가짜인 줄 알았더니, 진짜다” 놀라운 발견, ‘백두산 호랑이’ 대가족 포착…무슨 일이 [지구, 뭐래?]

헤럴드경제 김광우
원문보기

“가짜인 줄 알았더니, 진짜다” 놀라운 발견, ‘백두산 호랑이’ 대가족 포착…무슨 일이 [지구, 뭐래?]

서울맑음 / -3.9 °
중국 훈춘보호구역에서 어미 시베리아 호랑이와 새끼 다섯 마리가 함께 있는 모습.[WWF 중국본부 홈페이지 갈무리]

중국 훈춘보호구역에서 어미 시베리아 호랑이와 새끼 다섯 마리가 함께 있는 모습.[WWF 중국본부 홈페이지 갈무리]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무려 한 번에 여섯 마리”

한반도 부근 최고의 맹수로 군림했던 백두산 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 좀처럼 야생에서 볼 수 없던 맹수가 백두산 인근 지역에서 포착됐다.

그것도 무려 6마리. 새끼 5마리와 엄마 호랑이가 무리를 지어 다니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긴 것이다. 이 정도의 대가족이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백두산 호랑이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지 오래다. 대가족이 포착된 중국 내에서도 개체 수가 20마리 이하로 줄어든 바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호랑이 개체 수는 다시 증가하는 추세. 호랑이 서식지 보전 및 복원을 위한 정부와 WWF 등 글로벌 자연보전기관의 노력이 이어진 결과다.

중국 훈춘보호구역에서 발견된 시베리아호랑이 무리.[WWF 중국본부 홈페이지 갈무리]

중국 훈춘보호구역에서 발견된 시베리아호랑이 무리.[WWF 중국본부 홈페이지 갈무리]



세계자연기금(WWF) 중국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백두산 생태권에 해당하는 훈춘 보호구역에서 어미 시베리아 호랑이와 새끼 다섯 마리가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해당 지역에서 6마리의 호랑이가 한 사진에 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WWF가 사진에 포착된 개체의 체형과 걸음걸이 등을 분석한 결과 어미는 약 9세, 새끼들은 생후 6~8개월 정도로 추정된다. 야생 시베리아 호랑이는 보통 한 번에 1~4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다섯 마리의 새끼가 함께 있는 모습이 이례적이라고 평가 받는 이유다.

시베리아호랑이.[게티이미지뱅크]

시베리아호랑이.[게티이미지뱅크]



시베리아 호랑이는 우리나라에서 ‘백두산 호랑이’라고 불려 왔다. 백두산을 포함한 한반도 산악 지대에 서식했기 때문.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공식 기록상 1920년대에 멸종했다. 일제강점기에 진행된 산림 벌채 등으로 먹잇감이 줄었고 대규모 포획 정책이 이뤄진 영향이다.

최상위 포식자로 불리는 호랑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멸종위기종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호랑이르 ‘멸종위기(Endangered)’로 분류하고 있다. 야생 개체 수는 과거 10만 마리가 넘었지만, 현재는 20분의 1 수준으로 줄어, 절멸 직전인 상황이다.

중국 훈춘보호구역에서 발견된 시베리아호랑이 무리.[WWF 중국본부 홈페이지 갈무리]

중국 훈춘보호구역에서 발견된 시베리아호랑이 무리.[WWF 중국본부 홈페이지 갈무리]



이같은 사정은 중국도 마찬가지. 2010년 무렵 중국 내 야생 시베리아호랑이 개체 수는 20마리 이하로 줄어든 바 있다. 그전까지 야생동물 보호체계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 이전부터 호랑이 뼈와 가죽 등은 고급 밀수품으로 취급돼, 거래가 활발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본격적인 보호 정책이 시작됐다. 중국은 2015년부터 중앙정부 차원에서 ‘동북 호랑이·표범 국립공원’ 구상을 시작했다. 이후 2017년 시범 운영을 시작하고 2021년에 정식 국립공원을 출범해 보호 체계를 강화했다.

지역공원관리원이 호랑이 보호구역을 순찰하고 있다.[WWF 중국본부 홈페이지 갈무리]

지역공원관리원이 호랑이 보호구역을 순찰하고 있다.[WWF 중국본부 홈페이지 갈무리]



현재 해당 국립공원에 서식하고 있는 야생 호랑이의 수는 70마리. 2010년에 비해 3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지난 11월에는 어미 호랑이와 새끼 네 마리가 이뤄진 또 다른 호랑이 가족이 포착되는 등, 가족 단위의 무리가 발견되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보존 노력이 성공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셈이다.

WWF 호랑이 복원 사업(TAI) 책임자인 스튜어트 채프먼은 “중국에서의 호랑이 가족 발견은 지속적인 보존 노력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호랑이 개체 수 복원과 서식지 보호를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보존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 셈”이라고 말했다.


밀렵 단속 요원들이 네팔 티카울리 박물관에 전시된 밀렵 압수품 중 하나인 호랑이 가죽을 보여주고 있다.[WWF 홈페이지 갈무리]

밀렵 단속 요원들이 네팔 티카울리 박물관에 전시된 밀렵 압수품 중 하나인 호랑이 가죽을 보여주고 있다.[WWF 홈페이지 갈무리]



호랑이 복원 사업의 결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WWF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세계 각지에 사는 야생호랑이 수는 총 5574마리로, 2010년(3200마리)과 비교해 74%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랑이가 서식하는 13개국 중 다수 지역에서 호랑이 개체수가 증가했다.

WWF는 아시아 전역 22개 지역에서 호랑이 보존 활동을 펼치고 있다. 22개 지역 중 8곳은 복원 지역에 해당한다. 정부, 파트너 기관, 지역 사회 등과 협력해 호랑이가 과거 서식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는 게 WWF 측의 설명이다.

시베리아 야생 호랑이 발자국.[WWF 홈페이지 갈무리]

시베리아 야생 호랑이 발자국.[WWF 홈페이지 갈무리]



WWF 관계자는 “호랑이 개체군 보호 및 복원 사업은 막대한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지만, 동시에 무궁무진한 기회로 가득 차 있다”며 “앞으로도 주요 호랑이 서식지에서의 보호 활동을 확대하고, 지역사회와 협력을 강화해 성공적인 사업 경험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야생 호랑이 복원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서식 여건에서는 지속 가능한 야생 개체군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제한된 국토에서 호랑이 서식을 위한 생태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인간과 충돌도 우려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