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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확대에 금리상승 우려···기업 70% "2.5%도 부담"[본지 1000대 기업 설문]

서울경제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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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확대에 금리상승 우려···기업 70% "2.5%도 부담"[본지 1000대 기업 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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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 일제히 하락세 출발, 나스닥 0.62%↓
감내 가능한 평균 금리 수준 2% 미만이 46%
대규모 생산설비 투자 필수적인 제조업체 큰 고통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로 시중금리 상승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의 약 70%는 시중금리가 현재 기준금리인 2.5%보다 낮아져야 원활한 경영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특히 대규모 생산 설비 투자가 필수인 제조 기업들 사이에서 고금리로 인한 금융비용 부담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서울경제신문이 여론조사 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상위 1000대 기업(103곳 응답)을 대상으로 신년 설문을 실시한 결과 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는 내년 평균 금리 수준은 연 2.11%인 것으로 집계됐다.

상세 응답 비율을 보면 ‘1.5% 이상~2.0% 미만’이 26.2%로 가장 많았으며 뒤를 이어 ‘2.0% 이상~2.5% 미만(24.3%)’ ‘1.0% 이상~1.5% 미만(20.4%)’ ‘2.5% 이상~3.0% 미만(19.4%)’ ‘3.0% 이상~3.5% 미만(8.7%)’ ‘3.5% 이상~4.0% 미만(1.0%)’ 순으로 답했다. 또 응답 기업의 70.9%는 감당할 수 있는 금리 수준이 한국은행의 현행 기준금리인 2.50%보다 낮다고 답했다. 시중 여신금리나 채권금리는 한은의 기준금리보다 높게 형성되기 때문에 기업 현장의 금리 부담이 이미 상당히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고금리에 대한 기업들의 불안감은 최근 환율 및 재정 상황과 맞물려 증폭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중후반대에서 고착화하는 등 원화 약세가 지속되자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시중금리를 밀어 올리는 시발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이 시중금리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예산 지출을 늘리면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시장에 국채 물량이 쏟아지면 국채 이자율이 상승하고 이에 연동된 회사채 이자율까지 덩달아 뛰게 된다.

산업별로 보면 특히 제조업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더 컸다. 제조업은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주기적인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가 성장의 핵심인데 시중금리가 오르면 시설자금대출 이자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에 금리 상승에 대한 부담이 더 큰 편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과 고환율이라는 두 변수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금리를 대폭 인하하는 등 파격적인 정책 변화를 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거시경제적 제약으로 인해 경기 침체 국면이 상당 기간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양 교수는 이어 “과거 정부가 소비쿠폰 지급 등 공격적인 재정 투입으로 대응했으나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점을 상기해야 한다”며 “지금은 단기적인 통화나 재정 처방에 매달리기보다 기업 경영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와 제도를 개선해 민간 부문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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