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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거장의 영화와 함께…‘누벨바그’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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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거장의 영화와 함께…‘누벨바그’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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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누벨바그’. 메가박스중앙 제공

영화 ‘누벨바그’. 메가박스중앙 제공


2025년을 ‘시네마 엔딩’으로 마무리할 만한 매혹적인 영화 2편이 올해 마지막 날 나란히 개봉한다. 한해를 차분하게 정리하기 좋은 가족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와 새해의 활기를 받을 수 있는 ‘누벨바그’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누벨바그’는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시간’의 예술성을 누구보다 잘 활용하는 감독인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신작이다. 밤이나 낮의 한나절을 스크린에 담은 ‘비포’ 시리즈, 꼬마 때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배역과 배우의 성장 과정을 등치시켜 녹여낸 ‘보이후드’의 링클레이터는 이번 작품에서 1959년 여름의 파리를 재현한다. 세계 영화사의 결정적 순간 중 하나인 장뤼크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1960) 촬영 기간이다.



“장뤼크 고다르가 나의 영화적 아이돌”이라고 말했던 링클레이터는 ‘네 멋대로 해라’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재현하면서 당시 프랑스 영화의 혁명을 가져왔던 누벨바그 감독들의 에너지와 기존의 영화 문법에 대한 도전을 담는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화면 뒷이야기들이 ‘네 멋대로 해라’보다 더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누벨바그’. 메가박스중앙 제공

영화 ‘누벨바그’. 메가박스중앙 제공


당시 영화 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 뛰어나면서 독설 가득한 평을 쓰던 고다르(기욤 마르베크)는 프랑수아 트뤼포, 클로드 샤브롤, 자크 리베트 등 동료들이 줄줄이 감독 데뷔를 하는 사이 자신만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 그는 제작자 조르주 드 보르가르를 설득해 짧은 기간, 적은 제작비로 영화를 찍기로 한다. 권투선수 출신 장폴 벨몽도(오브리 뒬랭), 미국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진 시버그(조이 도이치)를 캐스팅해 촬영에 들어간다. 대본도 받지 못한 채 현장에 나와 짜증이 난 시버그, 고다르의 기분에 따라 한두시간 만에 촬영이 중단되는 걸 보고 화가 솟구친 제작자, 시키는 대로 하고는 있지만 완성도 개봉도 못 할 거라고 믿는 벨몽도까지, 촬영 현장은 기이하기 짝이 없지만, “돌발성과 즉흥성”을 강조하는 고다르는 태연자약하기만 하다.



트뤼포, 샤브롤, 아녜스 바르다, 로베르 브레송, 로베르토 로셀리니, 장피에르 멜빌 등 당시 영화계의 주요 인물들이 실제와 매우 흡사한 모습으로 대거 등장하는데, 이 모습만으로도 영화팬들은 가슴이 벅차오를 만하다. ‘네 멋대로 해라’처럼 4:3 비율의 흑백 셀룰로이드 화면이 스크린을 채운다.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같은 날 개봉하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올해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짐 자무시에게 황금사자상을 안긴 영화다. 자무시 특유의 잔잔하고 무심한 톤,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을 배경으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다. 거장의 영화답게 케이트 블란쳇, 애덤 드라이버, 샬럿 램플링, 비키 크리프스 등 쟁쟁한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영화 제목은 영화를 구성하는 3개 에피소드 각각의 소재다. 첫 에피소드에서 딸(마임 비알릭)과 아들(애덤 드라이버)은 멀리 떨어져 홀로 지내는 아버지(톰 웨이츠)를 찾아간다. 거리감을 느끼던 아버지와 오랜만에 만났지만 셋의 대화는 여전히 어색하기만 하다. 수돗물을 따라주면서 건배하자고 하는 등 갖은 궁상을 떨면서 자식들을 근심시키는 아버지가 자식들이 떠나자마자 본색을 드러내는 반전의 유머가 별미.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한 두번째 에피소드에서 엄마(샬럿 램플링)는 우아하게 티 테이블을 세팅하고 1년에 한번 만나는 두 딸을 기다린다. 반듯하게 살지만 한번씩 큰 방황을 하는 큰딸(케이트 블란쳇)과 반항심과 대책 없는 분방함을 버리지 못하는 둘째 딸(비키 크리프스)은 찻잔을 앞에 두고 엄마와 살얼음 낀 대화를 나눈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비행기 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부모의 짐 정리를 위해 파리 집에서 만난 남매(인디아 무어, 루카 사바트)가 지나온 시절을 떠올리는 이야기다.



미국, 아일랜드, 프랑스에서 각 에피소드를 완성한 영화는 가족에 대한 복잡한 감정은 세계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한국 관객도 공감할 지점들이 적지 않다.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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